"황산(黃山)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 구채구(九寨溝)의 물을 보고 나면 다른 물을 보지 않는다". 동화에서나 만날 것 같은 구채구의 절경을 두고 옛 사람들은 이렇게 칭송했다. 아름다운 호수와 빼어난 산세가 만든 낙원. 아직은 여느 중국의 명승지에 비해 우리에게 친숙한 편은 아니지만 구채구의 미모에 반해버린 사람들의 입을 통해 그 진가는 충분히 알려져 있다. 중국 서남부 최대의 성(省)인 쓰촨(四川)은 무엇보다 향신료의 독특한 향에 매운 맛이 가미된 요리의 고장이다. 쓰촨의 참 맛은 음식뿐만이 아닌 눈부신 풍광에 있다. "천하산수승재촉(天下山水勝在蜀.蜀은 쓰촨의 옛 명칭)"이란 말이 있듯 대자연의 신비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보를 넘어 세계인의 보물이 되어버린 팬더곰의 85% 정도가 여기에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닐 듯 하다. 쓰촨 절경의 백미로 손꼽히는 곳이 구채구(九寨溝 지우자이거우)이다. 9개의 티벳 부족이 이주해 와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 쓰촨의 주도 청두(成都)에서 자동차로 11~13시간이나 걸리는 오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내내 구채구를 보려는 이들은 이 험한 길을 기꺼이 감수하며 여정에 오르고 있다. 구채구의 평균 해발은 2,020m. 구채구 도착 한 시간 전부터 이미 전주곡이 울려 퍼진다. 구채구현과 송번현이 만나는 계곡의 울창한 침엽수림이 도열하기 시작하고 한 여름에도 산꼭대기의 만년설이 눈에 들어오는 것. 산허리를 감아돌며 아찔한 자동차 여행이 이어지지만 좌우로 펼쳐진 장관에 두려움을 느낄 여유도 없다. 구채구를 말해주는 5경은 단풍으로 물든 산,겨울 설산,폭포,호수,그리고 티벳 거주지의 풍경. 초봄과 만추가 이 경치들을 한꺼번에 아우를 수 있는 적기로 손꼽힌다. 하지만 구채구 여행은 단연 "물"이 최고로 손꼽힌다. 1백14개의 호수와 17개의 폭포가 이루는 장관. 주변의 산세를 그대로 투영한 탓에 호수들은 제각각의 물빛을 띠고 그에 걸맞는 이름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 Y자 모양으로 가지처럼 갈라진 계곡 지대가 주요 관광지. 이 곳에서 가장 큰 호수는 왼쪽 가지 끝에 위치한 장해(長海)이다. 수심 40m에 끝없이 펼쳐진 호수는 바다로 불려도 좋을 정도. 오른쪽 골짜기에는 경해(鏡海)가 위치한다. 장해와는 달리 작고 아담한 호수이지만 산과 하늘이 마치 거울처럼 수면에 비친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구채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호수. 여기서 사진을 찍는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얻는다는 속설 때문에 연인들이 즐겨 찾는다. 커플은 그 사랑이 변치 않는다는 애정공원이 있어 젊은 남녀에게 인기가 높다. 경해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공작이 꼬리를 펼친 듯 아름답다고 하는 공작해(孔雀海)와 팬더곰이 나온다는 팬더해,팬더가 가장 좋아한다는 죽순이 많이 서식하는 죽순해 등이 경이로움을 이어간다. 장해 아래편에 위치한 오채지(五彩池)는 환상적인 빛깔이 으뜸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호수라 보기에는 믿기 힘들만큼 에머랄드빛이 감돌고있는데 남태평양이나 인도양의 환상적인 바다에 뒤지지 않을 정도다. 이 호수의 영어 명칭이 "Multi-colour"로 소개될 만큼 다양한 색을 뿜어내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기온이 떨어져도 얼지 않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아 신비로움이 감도는 곳이기도. 일일이 그 아름다움을 짚어내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호수와 산세를 지닌 덕분에 구채구는 지난 1990년 중국정부로부터 첫 번째로 중국여행 명승지에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2년 뒤에는 유엔 세계자연유산위원회(WHC)로부터 "세계자연유산명록"으로,1997년에는 "세계생물권보호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미 세계가 주목하고 보존에 나설 만큼 "검증된"절경이 구채구에 있는 셈이다. 물론 구채구의 주인인 티벳 소수 민족의 삶을 느껴 볼 수 있는 거주지 관광도 빼 놓을 수 없는 여정이다. 구채구의 절경을 간접적으로나마 음미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요즘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개봉 전부터 화제를 일으키며 가뿐히 관객동원 1위에 오른 영화 '영웅'. 장만옥과 양조위가 이연걸을 맞아 벌이는 대결이 바로 구채구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수면 위를 날듯이 칼과 몸을 놀리는 무사들. 이들의 모습을 환상의 경지에 이르도록 뒷받침해주는 그 물과 산은 구채구의 전죽해호(箭竹海湖)이다. 중국 전문 여행사 (주)팬더투어는 성도와 구채구를 거치는 4박5일 일정을 선보이고 있다. 성도에서 제갈공명 사당,두보초당,장완묘 등을 관람하고 구채구의 폭포와 호수가 이루는 절경에 흠뻑 빠져 볼 수 있다.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하며 중국 본토에서는 전용 버스를 이용한다. 상품가는 49만9천원. (02-7777-230) 글=남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