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경찰이 테러세력에 대한 소탕전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7시10분(현지시간)께 수도 자카르타 도심에 위치한 경찰청 청사 별관에서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청사에서 1㎞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정도의 굉음을 내며 터진 이번 폭발로 별관 1층 천정과 유리창이 크게 부서지고 최소 2대의 차량이 파손됐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본관과 마주보고 있는 별관 건물 로비에서 이날 오전 검정색 가방이 발견된 뒤 폭발물이 터진 점 등으로 미뤄 이번 사건이 테러범의 소행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에드와르드 아리토낭 경찰청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갖고 "별관 건물은 평소 결혼식 피로연 장소로 외부에 임대되기 때문에 경계가 삼엄하지 않다. 청소부가 1층 로비에서 검정색 가방을 발견, 수상하다고 신고한 직후 폭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폭발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에 신원 불명의 남자가 경찰청사 당직자에게 전화를 걸어 "폭발물을 설치해 놓았다"고 협박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에 폴리스 라인을 설치, 감식요원을 제외한 모든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고 폭발물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파편들을 수거해 경찰과학수사연구소에 성분 검사를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누구를 범행 용의자로 추정하느냐는 연합뉴스 특파원의 질문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으나 동남아시아테러조직 제마 이슬라미야(JI) 요원들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최근 JI의 정신적 지도자 아부 바카르 바시르(64)를 발리 테러 배후 인물로 지목, 수사망을 바짝 좁힌데 대한 보복으로 테러를 감행했을 가능성이 농후한데 따른 것이다. 발리 참사를 조사중인 다국적 수사팀의 마데 망쿠 파스티카 팀장은 지난 2일 바시르가 발리 테러를 배후 조종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이맘 사무드라를 포함한 이미 검거된 테러범들과 이 달 중순 대질신문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수하르토 집권 시절 말레이시아에서 JI 조직을 이끌다 99년 인도네시아로 귀국한 바시르는 2000년 성탄 전야 연쇄 폭탄 테러를 주도하고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 암살을 모의한 혐의로 작년 말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JI는 작년 10월12일 내외국인 193명의 목숨을 앗아간 발리 폭탄테러에 개입한데 이어 2차 공격을 준비하다가 핵심 인물들의 조기 검거로 그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다이 바크티아르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는 인도네시아 치안력의 심장부격인 경찰청 청사에서 테러 공격이 감행되자 극도로 허탈해 하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