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북한은 공포를 야기시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지만 미국과 세계는 그같은 협박(blackmail)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서 취임후 두번째로 행한 국정연설을 통해 "우리는 북한이 세계를 속이며 핵무기를 개발해 왔음을 알고 있다"며 이같이 비난했다. 그는 "북한의 핵 개발은 고립과 경제적 침체 및 고통만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핵 개발을 포기할 때만 국제사회의 존중을 받고 북한 주민들도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밝힌 대북관은 1년 전 첫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한 연장선상에 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이라크 이란을 향해 던진 '악의 축'이라는 외교 수사(修辭)를 다시 쓰진 않았지만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개발을 추구하는 이들 국가를 '무법 정권(outlaw regimes)'으로 규정, 강경한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잔인한 독재자(brutal dictator)'라는 표현을 앞세워 "그가 미국을 위협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역시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거듭 밝혀온 대로 '국가별 차별전략'을 사용할 것임을 되풀이했다. 부시는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가와의 협조를 통한 평화적 해결방안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면 세계의 존중(respect in the world)을 받을 것이라는 포괄적인 발언을 했을 뿐 경제적 지원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자제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