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0:30
수정2006.04.03 10:31
민주당 의원들을 역적과 공신으로 분류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소위 '살생부'에 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사건은 살생부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됐다는 점에서 한 네티즌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과 살생부에서 거론된 개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범죄로 인식돼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는 인기 연예인의 사생활 노출 등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의 자율성에 관한 논란의 연장선으로도 이해되고 있다.
살생부 파문은 특히 일부 민주당 의원이 관련된 2명의 네티즌을 명예훼손 혐으로 고소함으로써 네티즌들 사이에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네티즌은 살생부의 내용을 떠나 같은 네티즌의 입장에서 파문에 관련된 네티즌의 입장을 옹호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다음에 개설된 카페 '노티즌의 쓸 권리'(cafe.daum.net/salsaengbu)에는 고소에 대한 격렬한 반발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 카페의 '나도 고발해라'라는 연대서명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나도 살생부를 추천했으니 잡아가야겠네"라며 "말도 못하고 표현도 못한다면 그게 어디 민주사회"냐고 꼬집었다.
다른 한 네티즌은 "과연 역적인지 아닌지, 공신인지 아닌지, 그리고 인터넷상에 글을 올리는게 죄가 되는지 직접 당사자들이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사이트(www.knowhow.or.kr)에도 네티즌의 항의성 게시물이 빗발치고 있다.
한 네티즌(대화명:멍게)은 "구속이니 명예훼손이니 하는 것보다는 살생부가 왜 나왔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사이트에 글을 올린 다른 한 네티즌(대화명:김용분)은 "글의 성격을 볼 때 일방적인 의도에서 쓴 것"이라며 "정확한 근거 없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만큼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살생부 파문이 문화적 현상으로 굳어질까 우려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음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너도나도 살생부라는 이름으로 특정인을 비난하는 게 유행할지도 모르겠다"며 "내 이름이 누군가의 살생부에 올라있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편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이번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인터넷의 영향력을 또 한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엠파스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과거에 한 개인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과연 지금처럼 이렇게 관심을 끌 수 있었겠느냐"며 "인터넷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