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 변화에 맞춰 꽃이 피는 유전자 메커니즘을 국내 과학자가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에 따라 식물의 특정 유전자 변형을 통해 원래 개화 온도보다 낮거나 높은 상태에서도 꽃을 피게 하는 기술이 멀지 않아 개발될 전망이다. 고려대 생명공학원 안지훈 교수는 스페인·독일 연구진과 공동으로 식물체에 있는 'FCA''FVE' 유전자가 기온 변화를 감지,꽃피는 시기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안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인용 지수가 세계 최고 수준인 과학잡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2월호에 실릴 예정이며,이날 인터넷에 미리 공개됐다. 식물의 개화 시기 조절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가장 중요한 개화 요인으로 식물체 내부의 신호 전달과 일조량(광주기),기온변화 등 외부 환경을 지목해왔다. 특히 식물 종류별로 꽃피는 기온이 다른 것은 온도 변화에 따라 식물체의 대사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으로 분석해왔다. 안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식물체 안의 'FCA' 'FVE' 유전자가 대기 온도를 감지,개화시기를 조절하는 'FT'유전자에 '개화' 신호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대기온도를 감지한 유전자들이 'FT'유전자에 신호를 보내 'FT'유전자의 발현을 통해 꽃피는 시기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이에 앞서 지난 99년에도 'FT'유전자의 기능에 대한 논문을 세계 처음으로 '사이언스'지에 게재,화제에 올랐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를 응용할 경우 본래 개화 온도와 다른 기온 조건에서도 꽃이 피는 '맞춤 꽃'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