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무기사찰단은 이라크에서 불시에 탄약 보관소, 기술대학, 대통령 궁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북한이 핵 계획 폐기에 동의하더라도 이런 사찰활동이 북한에서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군사화된 사회 중 한 곳인 북한은 외부인에 대한 뿌리깊은 의심을 갖고 있다. 국제 구호 단체 관계자들 마저 자유롭게 다니질 못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검증하는 작업은 앞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합의가 도출된다면 그런 합의의 핵심을 이룰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전체주의 사회로 남아있는 한 북한에 핵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게 분석가들의 견해다. 안보문제 연구기관인 글로벌시큐리티의 존 파이크 소장은 "이런 검증 작업은 북한이 지금까지 합의한 수준을 조금이라도 넘어서는 강제성과 미국이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을 넘어서는 신뢰나 관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북한이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미국이 접근해온다면 핵 사찰을 허용하는 등 양보할 용의가 있을지 모르며 심지어 핵무기 획득 의도도 포기할지 모른다고 말해왔다. 어떠한 합의가 나오더라도 북한은 핵 물질 및 핵 활동 실태를 밝혀야 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장 방문을 통해 이런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북한과 미국은 타협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북한이 플루토늄 핵 개발을 동결시키고 유엔 사찰단의 핵 활동 감시를 허용했던 지난 1994년 위기 때보다 훨씬 복잡하다. 최근의 북핵 위기는 작년 10월 미국이 북한에 우라늄 농축 방식의 핵개발계획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으며 북한은 유엔 사찰단을 추방하고 영변원자로 재가동 작업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우라늄 농축 핵 개발 방식은 수 백,수 천 개의 우라늄 원심분리기가 필요하며 이런 원심분리기는 북한 전역의 지하 시설이나 벙커에 숨겨놓을 수 있어 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은 북한 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추진 중이다. 안보리는 현재 이라크에서 진행 중인 강제적인 사찰 방식을 승인할 수 있다. 북한은 그간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따라 이라크 방식 보다는 훨씬 제한적인 사찰을 받도록 돼 있었지만 최근 NPT 탈퇴를 선언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핵 전문가 조지 번은 "이라크에서 진행중인 사찰 방식을 신속히 채택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핵확산방지 교육센터의 헨리 소콜스키 소장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한의 핵개발계획에 기여한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등의 국가들에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밝히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AP=연합뉴스)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