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23일 이라크 공격과 관련해 프랑스를 비롯한 동맹국 다수가 주장해 온 제2의 유엔 결의안 수용 가능성을 밝혀 향후 이라크 사태 향방을 놓고 주목된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오는 27일 안보리에 제출될 유엔 무기사찰단 보고서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협의를 했다고 전하고 이라크 공격시 새 안보리 결의가 필요하다는 일부 동맹국들의 입장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새 안보리 결의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내놓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동맹국들의) 추가 결의안 추진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부시 대통령이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공조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부시, 푸틴 두 대통령이 이라크 사태에 대한 양국 협력 및 북한 핵위기 해소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아주 유익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양국이 이라크와 북한 사태에 대해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사찰 시간 연장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엔사찰단 보고서가 이라크에 대한 향후 행동의 열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부시 대통령에게 말한 것으로 크렘린 공보실은 밝혔다. 플라이셔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미국이 그동안 주장해 온 '제2결의안 무용론'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모스크바를 방문중인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앞서 모스크바 메아리 라디오 방송 회견에서 별도 결의안 없이 이라크를 공격할 충분한 권한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동맹국들이 대거 이라크 공격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가 무장해제를 않는 것은 우리가 맞서야 할 도전"이라고 규정, 전쟁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파월 장관은 "미국이 전쟁에 뛰어들 경우 많은 나라들이 미군측에 서서 싸울 것이다. 혼자 전장에 나가는 것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외에 러시아와 중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도 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 공격이 정당성이 결여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어 27일 안보리에 제출되는 사찰보고서 중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사실을 입증해주는 획기적인 내용이 없을 경우 15개 이사국간 이라크 사태 해법에 대한 합의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 차기 안보리 순번 의장국인 독일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안보리가 이라크 무기사찰단에게 두번째 사찰보고서를 다음달 14일까지 제출토록 요청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또한 다음달 5일을 전후해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과 한스 블릭스 유엔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을 베를린에 초청, 회담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으나 독 정부는 기사 내용에 대해 논평하지 않고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공격 강행 움직임에 프랑스와 독일 등 회원국들이 반발, 동맹국간 균열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이라크 사태를 둘러싼 갈등을 중재할 용의가 있다고 조지 로버트슨 나토사무통장이 23일 밝혔다. 로버트슨 총장은 이날 브뤼셀에서 19개 회원국 중 일부 국가들이 외교적 해법을 고집함으로써 이라크 공격 결정 등에 대한 합의를 막고 있다면서 나토가 회원국들 간에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지속적인 중재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군은 유엔 사찰단의 보고서 제출 시한이 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3일쿠웨이트 북부지역에서 제3보병 사단 소속의 M1 에이브러햄 탱크와 야간 투시경 등이 장착된 M2 브래들리 전차 등이 참여하는 전례없는 고강도 훈련을 실시했다. 안보리 순번 의장국인 프랑스의 장 마르트 드 라 사블리에르 유엔 주재 대사는"15개 이사국 다수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승인해주는 별도 결의안을 채택할 준비가 돼 있는지 확실치 않다"며 새 결의안 통과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워싱턴.유엔본부.베를린 AFP.AP=연합뉴스)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