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서울에서 열린 제9차 장관급회담은 핵문제를 남북회담 테이블에 올려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하고 평화적 해결 노력에 합의함으로써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당초의 계획대로 이번 회담에서 핵문제와 관련, 한반도 및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사안임을 강조하고 핵문제 해결 없이 남북관계에서 진전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철회, 핵동결 해제조치의 원상회복 등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조치를 공동보도문에 담고자 욕심을 냈지만 북측과의입장차이로 명문화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핵무기를 만들 의사가 없고 핵활동은 전력생산 등 평화적 목적에 국한될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하는 등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지만 북미간 논의대상으로만 규정해온 핵문제를 이번 회담에서 진지하게 논의하는 전향적인자세를 보였다. 특히 북측 대표단이 핵문제에 대해 권한을 가지지 못했고 핵문제의 남북 당국간 논의를 회피해온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회담 기간 보여준 북측의 태도는 분명 달라진 대목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핵문제에 대한 보다 진전된 태도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핵문제에 대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우려를 충분히 전달해 평화적 해결을 위한 협력을 재확인 했다"며 "정부는 각종 남북대화 경로를 통해 북측이 핵관련 모든 의무를 준수하도록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문제와 함께 정부는 김대중 정권이 1개월 정도를 남긴 시점에서 열린 이번 회담의 인수인계적 성격에 맞춰 차기 회담 일정을 합의해 남북간 현안을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 논의할 계기를 구축했다. 4월 7일부터 제10차 장관급회담을 평양에서 갖기로 함에 따라 국민의 정부가 이뤄놓은 남북간 대화기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특히 남북한 적십자사는 4월말 금강산에서 적십자회담을 갖기로 함의함에 따라 남북간 인도적 현안 해결을 차기 정권으로 이어갈 토대도 만들었다. 이번 회담의 공동보도문을 통한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의선.동해선 임시도로 연결, 개성공단 착공, 금강산 육로관광 등 3대 경협현안에 대해 현정부내 마무리한다는 합의를 담아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남북한과 유엔사간 군사분계선(MDL) 통행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판단된다. 이 문제에 대한 군사 당국간 협의와 합의가 없이는 실질적 진전이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군사당국간 협의채널을 통해 MDL 통과 문제에 대해 조금씩 접점을 모색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내달 11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는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회담 관계자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관련해 군사보장문제도 우리측이 충분히 입장을 전달한 만큼 북측의 태도변화를 기대한다"며 "현재 진행중인 교류협력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한 만큼 남북간 실질적 협력관계의 증진을 위한 모멘텀을 유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북한이 공동보도문에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을 통해 구축한 남북관계 발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공동선언을 계속 준수하기로 한 것은 남북한 화해기조를 계속 이어간다는 남북한 양측의 의지를 반영한 부분이다. 특히 북측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서도 6.15공동선언의 이행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후퇴시키지 않겠다는 북측의 의지를 담아낸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