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벌문제에 천착해온 에드워드 그래함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선임연구위원이 '한국 대기업의 개혁(Reforming Korea's Industrial Conglomerates)'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래함 연구위원은 '재벌'이라는 용어를 '덩치가 아주 크고 다양한 업종을 영위하면서 한국 경제의 핵심 업종을 장악하고 있는 소수의 대기업 그룹'으로 정의했다. 그는 "재벌들이 외환위기 전까지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이제는 재벌이나 정부 모두에 부실 계열사를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지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함 연구위원은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경제 주체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며 투명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우자동차가 당초 일정보다 2년이나 늦게,그것도 애초 제시됐던 가격의 10분의 1에 불과한 4억달러에 팔린 것은 장부가 투명하지 못했던게 큰 이유였다고 분석했다. 현 정부의 경제개혁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인색했다. 그는 "하이닉스를 탄생시킨 빅딜이 가장 큰 실패작"이라며 "대우차 매각지연, 북한 비즈니스에 대한 정부 개입 등까지 포함하면 10점 만점에 5∼6점 정도만 주고 싶다"고 말했다. 부인이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국 문제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 그는 "미국 언론들이 북한 핵문제에 치중하다보니 한국의 경제동향이나 새로 들어서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 분석보도에 너무 인색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아쉬워 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