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무기사찰단이 16일 이라크의 탄약저장소에서 빈 화학탄두를 발견함으로써 이렇다할 진전없이 진행되던 유엔 무기사찰 활동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유엔 사찰단은 이번 발견에 대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입증할`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라크도 "대량살상무기 개발계획과 무관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유엔 사찰단은 이날 바그다드 남쪽 170㎞ 지점에 있는 우크하이데르 탄약저장소에서 1990년대 말에 지은 벙커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11개의 빈 화학탄두와 다른 탄두 1개를 발견했다고 사찰단의 우에키 히로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유엔 감시ㆍ검증ㆍ사찰위원회(UNMOVIC) 합동사찰팀이 1990년대 말 건설된 탄약고들이 집중돼 있는 남부 우크하이데르 탄약저장지대를 사찰하는 과정에서 이 탄두들을 발견했다고 유에키 대변인은 설명했다. 사찰단은 11개의 탄두는 122㎜짜리이며 다른 1개의 탄두는 추가 검사를 요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디미트리 페리코스 바그다드 무기사찰팀장은 이 화학탄두가 이라크가 유엔 결의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엔의 무기전문가도 "이것 자체로는 별로 의미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발견품은화학탄두도 생물탄두도 아닌 그저 빈 탄두"라고 말했다.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측 협력창구인 국가사찰위원회의 호삼 모하메드 아민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의 화학탄두들은 1988년에 수입한 단거리로켓으로 "최소한 7, 8년 전에 유효기간이 만료해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라며 대량살상무기 개발계획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1996년에도 이를 사찰단에 보고했을 뿐 아니라 지난달 유엔에 제출한 자국의 실태보고서에도 언급된 구식무기라고 해명했다. 미국은 현재까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화학탄은 지난달 이라크가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잘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화학탄두 발견에) 놀라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는 아직 공식으로 이번 발견에 관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콧 맥클러렌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행정부가 이번 발견과 관련해 유엔 사찰단의 통보를 받았으며 "사찰단의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애리 플라이셔 대변인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이번 화학탄두 발견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논평하지 않았다. 한편 사찰활동 48일째를 맞아 유엔 사찰단은 이날 처음으로 바그다드에 있는 과학자 두명의 집을 수색했다. 특히 한 곳에서는 수색활동을 편 뒤 관련 서류들을 차량에 실어 모처로 이동했다고 AFP통신 사진기자가 전했다. 바그다드 북부 외곽인 알-가자리아에 있는 빌라에 사는 이라크 과학자 팔레 하산 함자 씨는 사찰단과 함께 모처로 이동했다. 인근에 있던 취재진은 이들이 이 자료를 복사하기 위해 바그다드 모처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함자 씨는 이라크군산업화위원회 소속인 알-라지사(社)의 회장이다. 사찰단은 같은 거리에 사는 다른과학자로 핵개발계획과 연관이 있는 샤케르 알-주부리 씨 집도 방문했다. 우에키 대변인은 두 사람 집 방문 사실을 전하면서 "1990년초로 거슬러올라가는 과거 활동과 관련있는 자료들이 추가 검사를 위해 확보됐다"고 전했다. 이라크 과학자에 대한 가택수색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라크 정부 고위관계자는 유엔 사찰단이 개별면담을 위해 두 과학자를 바그다드 본부로 초치했으나 이들이 이라크 당국자의 배석이 없는 면담을 거부했다고 이라크 고위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 때문에 한스 블릭스 UNMOVIC 위원장과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라크 정부가 과학자들의 사적 면담을 방해하고 있다고 불평을토로했다. 사찰단은 또 이라크 남부지역에 있는 이란 반체제 단체인 `피플스 무자히딘' 기지내 라디오.TV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 일단의 UNMOVIC 소속 사찰팀은 바그다드 남동쪽 18㎞ 지점에 있는 알-니다 국영회사를 방문했다. 이 회사는 고체 추진체 로켓 차량 생산에 들어가는 특수장비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 미사일 분야 사찰팀은 바그다드내 니산 17 공장을 검사했고, 화학분야 사찰팀은 바그다드에서 60㎞ 떨어진라쉬드 인근의 저장시설을 검사했다. 이라크 정부는 활동반경을 넓히는 유엔사찰단 활동에 대해 `대량살상무기 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이라크 산업 및 군사장비들을 염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타리크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는 모로코에서 "(그들은) 전문적으로 그들의 일을 수행하고 있지 않다"면서 "실은 이라크 방어무기 산업과 기술을 살피고 있는 것이며 이는 국제적으로 금지돼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바그다드 워싱턴 유엔본부 아가디르 AP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