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의 결혼식 주례를 서주고 받은 사례금을 10여년간 장학기금으로 차곡차곡 모아 제자들에 대한 애정을 키워온 대학 교수가 있다. 지난 80년대 학교 교수협의회 회장으로 이사장 퇴진 운동에 나서는 등 `입바른소리 잘하던' 건국대학교 축산대학 박홍양(57)교수가 제자들 주례 사례비로 `감사장학금'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은 91년부터다. "당시 학과 선배교수님들께서 정년과 갑작스런 부고 등으로 다들 자리를 비우게됐습니다. 졸업생들 주례를 맡아볼 수밖에 없었는데 대학시절 장학금을 받아 공부한제가 이제는 받았던 장학금을 돌려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자들 부탁으로 의무를 이행하듯 주례를 서는 건 왠지 소모품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학교와 학생을 생각하는 박교수의 방식도 시대 분위기에 따라 변한 셈이다. "1년에 3쌍 정도 주례를 서는데 주로 학과 제자들과 고향사람들입니다. 매번 적게는 20여만원, 많을 때는 50만원 정도의 사례비를 받는데 모두 `감사장학금'으로적립됩니다" 박교수가 적립한 장학기금은 축산대학의 `축우장학회'에서 관리해오고 있다. 박교수의 장학금을 포함, 연간 5천만원 가량의 장학금을 운영하는 장학회에서는매년 성적에 따라 학부 20명, 대학원 10명에게 100여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박교수는 주례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3년간 매달 150만원씩 후배들의 연구실험실을 지원해줬던 송기철(38)씨와 가톨릭 수사의 꿈을 갖고 있다가 어느날 문득 결혼하겠다며 신부감을 데려온 이영민(36)씨를 기억에 남는 제자로 꼽았다. "처음 주례를 맡을 때부터 제자들에게 `주례기부금'을 내도록 하는데 일부에서는 너무한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 뜻을 이해해주시더군요." 이제껏 제자들 주례로 1천여만원의 장학금을 모아온 박교수는 앞으로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한우유전자 감별 벤처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4년에 1억원 정도씩장학금으로 기탁할 생각이다. "주례사를 통해 대개 두가지 정도를 당부합니다. 하나는 대학 1학년때 고향 제천 서당에서 배운 말씀으로 `부부가 매일매일 정성과 공경을 다하라'는 것(日用行事誠敬爲主),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과욕을 부리지 말고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자는 것." 오는 3월26일 미국에 사는 친구 딸의 주례를 보게 될 박교수는 16일 "올해 졸업하는 딸과 군에 있는 아들이 결혼할 때는 청첩장을 돌리지 않고 검소하게 치르고 싶다"며 "화려한 예식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