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5∼6%대를 유지하고 물가도 3% 가량 오르는 상황에 비춰볼 때 정상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의 금리(유통수익률)가 14개월 만에 연 4%대로 내려갔다. 회사채 금리도 연일 사상 최저치 행진이다. 하루짜리 콜금리(연 4.25%)와 5년만기 국고채(연 5.16%대)의 금리 격차가 0.91%포인트에 불과하다. 이는 올 하반기 경기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중 부동자금이 3백70조원에 달하는 데다 채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채권 공급부족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초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시장에 채권이 없다 시장금리 하락 요인은 무엇보다 채권발행이 감소한데 있다. 주식과 부동산시장도 얼어붙어 대체 투자수단도 마땅치 않다. 채권 공급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국고채 발행물량은 이달중 8천2백억원(8일)이 전부다. 지난해 매달 2조원 이상 발행된데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통안증권 역시 모자라긴 마찬가지다. 박종열 한은 공개시장운영팀 과장은 "이달중 통안증권 발행액이 4조5천억원인데 상환액은 이미 6조원을 넘어서 1조6천억원 가량이 순상환된 상태"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넉넉해 우량기업의 회사채 물량은 구하기도 어렵고 가계대출 억제대책의 영향으로 은행권의 은행채 발행량도 감소하고 있다. 다만 재경부가 환율 하락에 대비해 외평채 발행을 검토 중이지만 현재 채권시장 수급상 코끼리 비스킷 수준이다. ◆ 언제까지 하락할까 채권 전문가들은 최소한 다음달까지는 금리 하향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달에 4번 정도 이뤄지던 국고채 입찰이 1월에는 한 번, 2월에는 두 번밖에 없는 등 시장 수급상황이 조기에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형기 삼성투신 채권전략팀장은 "단기적으로 반등하는 시기도 있겠지만 당분간 하락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채권딜러는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달리 투자할 대상도 없어 채권을 살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지난해 금리를 제때 올리지 못하고 실기한 정부와 한국은행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