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0:04
수정2006.04.03 10:05
서울의 한 전기설비업체에 다니는 K씨(36)는 최근 아내의 병원비 2백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A은행에 들렀다 황당한 일을 당했다.
은행측이 2백만원을 빌려주는 것은 고사하고 다음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대출금 3백만원도 연장이 어렵다고 통보한 것.
이 은행 직원은 올해초부터 모든 은행 대출금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면서 K씨의 신용등급이 기존의 7등급에서 최저수준인 9등급으로 두 단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K씨는 급한대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았지만 카드사측이 작년 12월 K씨의 현금서비스 이용한도를 50만원으로 축소조정했기 때문에 아내의 병원비로는 턱없이 모자랐다.
K씨는 다시 서울 강남에 있는 P저축은행 대출창구를 찾았다.
하지만 이 은행으로부터도 K씨는 '대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다른 저축은행에서 이미 연리 48%로 신용대출 2백만원을 쓰고 있다는게 이유였다.
P저축은행측은 최근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출을 억제하고 있어 추가 대출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할 수 없이 K씨가 찾은 곳은 결국 고금리의 대금업체였다.
서울 신촌의 H사에서 필요한 돈 1백50만원(나머지 50만원은 연리 22.8%의 카드 현금서비스로 충당)을 연리 65%로 빌릴 수 있었다.
이처럼 고생스럽게 돈을 마련한 K씨도 작년초에는 큰 어려움 없이 은행 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억제 시책을 펴면서 상황이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다중채무자중 어느 정도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들까지도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자 사채 쪽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가계대출 억제에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