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0:01
수정2006.04.03 10:03
주가지수 선물.옵션시장이 투기시장으로 치닫고 있다.
대내외 악재로 현물시장에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어지면서 단기에 높은 수익을 노린 투기세력들이 파생상품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현물시장은 선물시장 움직임에 따라 출렁대고 있다.
"꼬리(선물)"가 "몸통(현물)"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투기장으로 변한 선물·옵션시장=올들어 거래소시장의 거래량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선물·옵션시장의 거래량은 크게 늘고 있다.
투기적인 매매가 극에 달한 것은 지난 10일.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탈퇴라는 악재가 불거지며 종합주가지수가 급등락하고 장세 전망이 엇갈리자 지수선물시장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38만2천여계약과 15조3천여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8일에도 지수옵션시장은 만기일을 앞두고 투기적인 세력이 몰리면서 거래량이 급증했다.
문제는 파생상품 거래의 주목적인 헤지(위험회피)보다는 '모 아니면 도'식의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적은 돈으로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옵션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때문이다.
작년 11월말 기준 국내 43개 증권사의 미수금 5백62억원 가운데 선물·옵션 관련 미수금이 2백90억원에 달할 정도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국내 파생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산업 기업 외환은행과 국내 5대 증권사를 대상으로 파생금융상품 거래현황에 대해 본격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파생상품시장이 혼란에 빠질 경우 주식시장은 물론 외환시장까지 교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축되는 현물시장=지난 13일 종합주가지수는 19.70포인트나 뛰었다.
하지만 현물에 대한 수급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 선물매수가 유발한 프로그램 매수로 지수가 급반등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예상외로 선물 매집에 나서면서 시장베이시스(현물과 선물의 차이)가 호전됐고 이 영향으로 프로그램 매수가 대거 유입돼 지수를 밀어올린 것이다.
14일에는 외국인이 주식을 8백억원어치 이상 순매수했음에도 지수는 강보합에 그쳤다.
외국인이 전날 취했던 매수포지션을 대거 매도로 전환,프로그램 매도물량이 나왔기 때문이다.
배동일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2001년 9·11테러 이후 7% 수준으로 떨어졌던 프로그램 비중이 최근 10%선을 넘고 있다"면서 "프로그램매매에 의한 수급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상황에서 선물·옵션시장이 투기세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이 시장에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성 확대장세 지속될 듯=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저평가 영역에 있지만 북핵문제 등의 외부요인과 기업실적 등에 따라 방향성을 잡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임송학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인덱스펀드 도입 등으로 외국인과 기관은 종목에 투자하기보다는 지수로 승부를 거는 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개인 입장에서는 그동안 현물 주식가격은 오르락내리락하거나 떨어지는 시기가 많았기 때문에 옵션 등 파생상품을 통해 이익을 내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현물시장 거래는 주춤해진 상황에서 비대해진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는 날로 활발해지고 있어 선물옵션시장의 현물시장 교란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