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해 설날 자식들에게 새옷 한번 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남몰래 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니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지난 2000년 12월 2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때 평양에서 어머니 김삼례(78)씨를만난 납북어부 강희근씨가 최근 무소속 기관지 통일신보를 통해 남녘의 어머니에게편지를 띄웠다. 강씨는 가족들의 안부로 편지를 시작했다. 그는 "그새 어머니와 현문이, 지선이는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이 크다"며 "집사람은 며느리 구실을 더 잘해야 한다고 극성이고 손자 현민이는 이젠 어른이 다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희근씨는 설을 맞아 어머니 생각이 더 큰 듯 "푸짐하게 차린 설음식을 마주하고보니 어머니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며 새옷을 지어주지 못해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산가족 상봉 때의 장면을 떠올리며 강씨는 "제2차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에서늦게나마 이 아들의 잔을 받으시며 그리도 기뻐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삼삼히 떠오른다"고 회고했다. 그는 북한에서 생활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근심을 달래기라도 하려는 듯 "어머니기뻐하십시요. 가난하여 배우지 못한 탓에 뱃꾼으로 막벌이나 하던 나를 공화국에서는 이름난 금성정치대학에도 보내주고 졸업 후에는 군직맹일꾼으로 내세워 주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어머니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통일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도 편지에 담았다. 즉 "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살 조국통일의 그날을 앞당기기위해 더 힘껏 일하겠다"며 "바로 그 길이 이 아들이 어머님께 못다한 효도를 다하는길"이라고 다짐했다. 강희근씨는 어머니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편지를 맺었다. "어머니, 더 늙지 마시고 통일의 그날을 보실 때까지 부디 몸 건강하길 바랍니다" 강씨의 편지내용을 전해들은 어머니 김삼례씨는 "명절이 돼서 마음이 안좋았다"며 "이렇게 소식이라도 들으니 그나마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김 할머니는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은 한번도 못만났는데 나혼자만 욕심을 채울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다른 사람들도 많이 만나 서로 생사라도알고 지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