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도 뉴리더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점포 하나 신설하는데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이 드는 유통업계의 특성상 30.40대의 2,3세 경영인들이 뉴리더 반열에 올라 유통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부침이 심한 프랜차이즈업계에서도 30.40대 젊은 CEO들이 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현대백화점그룹의 정지선 총괄 부회장(31). 지난해 말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해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다. 30대 정 부회장의 급부상은 동종업계에도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정 부회장은 주력인 백화점을 비롯 홈쇼핑 호텔 여행 물류 등의 사업을 벌이는 계열사간 조정업무를 맡는다. 아버지인 정몽근 회장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 부회장은 오너 최고경영자인 셈이다. 그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획조정본부도 신설했다. 기획 인사 재무 홍보 등 핵심 업무를 관장하는 곳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인터넷쇼핑몰, 편의점, 슈퍼체인점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전경련 산하 유통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부친인 신격호 회장이 여든을 넘어서면서 주변에서는 그를 후계자로 지칭하지만 본인은 지극히 몸을 낮춘다. 이런 겸손함 덕분에 롯데 안팎에선 그를 뉴리더로 꼽는 이가 적지 않다. 오너경영인들이 득세하는 유통업계에서 이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 경영인중에는 신세계 정오묵 상무(48)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할인점 원조인 이마트 창동점 초대 점장을 맡아 '가격파괴'의 씨를 뿌린 바 있다. 현재 RE(Retail Engineering)업무, 즉 점포개발과 표준화 부문을 담당해 한국형 할인점의 모델을 창조하고 있다. 정 상무는 한마디로 한국 할인점의 산 역사라 할 수 있다. 외식업계에선 패밀리레스토랑 베니건스를 운영하는 롸이즈온의 문영주 대표이사(41)가 독보적인 존재다. 지난 95년 우리나라에 미국 레스토랑인 베니건스를 도입, 키운 주인공이다. 지난해 9월 동양제과 외식사업부에서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 롸이즈온의 초대 대표를 맡았다. 중앙대 영문과를 나와 미국 미시간대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은 문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외식.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가다. 이기형 인터파크 사장(40)은 데이콤 사업부 시절 이 사업에 참여, 7년간 인터넷쇼핑몰과 씨름해 왔다. 최근 하루 매출 20억원, 연간 매출 3천3백억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흑자달성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이룬다는 공격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할인점보다 싸게 판다는 것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40대 CEO가 창업시장을 이끌고 있다. 그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최고경영자는 윤홍근 제너시스 회장(48). 한국프랜차이즈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윤 회장은 닭고기 생산업체인 마니커의 영업부장을 끝으로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했다. 95년 닭고기 프랜차이즈를 창업, 5년만에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한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본사를 일궈냈다. 창업 열기에 불을 붙인 IMF 환란의 행운과 함께 그의 사업열정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는 평가다. 닭고기 프랜차이즈 BHC의 강성모 사장(41)도 인정받는 CEO중 한 사람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10년간 종사한 경험을 살려 97년 창업했다. 5년만에 가맹점을 5백개 이상으로 늘리고 '후에버'란 복합점포를 개발, 프랜차이즈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용석봉 세이브존 사장(38)은 패션할인점 업계에서 뜨는 별이다. 지난 98년 6월 이름없는 유통업체로 출발, 지난해 법정관리 상태였던 한신코아백화점 4개 점포를 인수하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세이븐존은 99년에 매출액 7백억원, 2000년 1천억원, 2001년 1천8백억원을 기록하며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