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A그룹 연수원.


갓 선발된 2백명의 신입사원에 대한 연수가 한창이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2교시 연수과목은 '기업경영 기초지식의 이해'.


강사로 나선 자금부장 K씨(40)는 주머니에 있던 테니스공을 꺼내 신입사원들에게 던졌다.


얼떨결에 공을 받은 사원에게 질문이 주어졌다.


"손익계산서에 기입되는 대표적인 항목에는 어떤게 있지요?"


"수입과 지출이…"


신입사원의 대답이 신통치 않자 곧바로 설명이 시작됐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빼면 매출총이익이 되고 여기에서 일반관리비를 제하면 영업이익이…"


"기초적인 회계용어조차 모른 채 입사하는 신입사원이 상당수"라는게 K부장의 설명.


데카 컨퍼런스에서 만난 미국 고등학생들과는 사뭇 다른 '한국적' 상황이다.


기획 경리 등 관리직 직원뿐만이 아니다.


기술관련 신입사원들도 관련 기술을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없을 수준이라는게 기업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지난해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 인사담당자 3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에서 본 한국 교육의 문제점과 과제'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이 학교에서 습득한 지식과 기술은 기업 필요 수준의 26%에 불과했다.


특히 90% 이상이라는 의견은 불과 2%에 그친 반면 10% 이하라는 지적은 25%나 돼 충격을 더해줬다.


부문별로 보면 실무에 필요한 '전문지식 및 기술'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의 18%에 그쳐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실무를 위한 전문교육을 제외한 '최소한의 기초교육'에 평균 4.6개월의 시간과 월평균 1백12만원의 교육비를 투입해 재교육을 시키고 있는게 한국 대기업의 현실이다.


이들이 실무 수행을 위한 지식과 기술을 갖추는데 평균 25개월이나 걸린다.


전경련의 또 다른 보고서 '산업기술 인력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신규 기술인력 7만명에게 매년 투여하는 재교육비는 2조8천억원 규모.


교육기간 중 실무에 투입하지 못하는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국가적인 손실은 더욱 불어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용인=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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