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영화 `007 어나더데이'에 대해 북한 언론은 물론 남한의 시민단체들이 한반도 상황을 왜곡했다고 비난하고 나섰지만 북한의 실제현실은 할리우드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어떤 영화보다 기괴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이 1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분석과 전망'이란 기사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겨냥한 `황금총을 든 사나이(The Man With Golden Gun)'라는 분석 기사에서 북한의 영화에 대한반응을 문제 삼았으며 김 위원장을 `제임스 본드' 신봉자로 묘사했다. 다음은 기사요약. 『북한이 "한민족에 대한 중상모략과 모욕을 목적으로 한 더럽고 저주받은 희극"이라며 `007 어나더데이'에 분개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민간 항공기를 격추하고 주변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가하면 아이들이 기아로 허덕이는 상황에서도 핵무기에 자원을 낭비하는 것으로 묘사된 당신의 국가에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것이 다름 아닌 김정일이 이끄는 북한의 실상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악역을맡은 제임스 본드는 세계를 지배하려고 하는 평범하지만 열광적인 대령일 뿐이다. 만약 김정일이 이의를 제기한다면 그 이유는 정치적인 것만큼 개인적일 것이다.왜냐하면 그도 논쟁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최고의 영화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수년전 남한의 최고 영화제작자인 신상옥 감독은 그가 열정적인 007영화 신봉자라는 사실을 전세계에 폭로했다. 지난 78년 그의 아내와 납북된 신 감독은 북에서 머무르는 8년동안 김정일과 수편의 영화를 공동제작했다. 이들 영화중에는 북 영화에서 처음으로 키스 장면을 도입한 것도 포함돼 있다. 평양에 주재했던 러시아 외교관도 그가 예쁜 여성과 프랑스 보르도 포도주를 좋아하는 것으로 묘사, 제임스 본드에 매료된 김 위원장의 모습을 확인했다. 올백 머리에 매력없는 공산당복을 입은 땅딸막한 그에게서 제임스 본드의 모습을 쉽게 떠올리기는 어렵지만 그의 공화국에는 그것이 아름다움이다. 그는 이런 모습으로 `월터 미티'(단편소설의 주인공 이름으로 공상가 또는 모험가를 의미)가 되기도 하고 은수저에 탐닉하기도 하며 메르세데스 승용차에 눈을 번뜩이고 한병에 600달러하는 코냑을 마시기도 한다. 그곳은 많은 여성들도 `노(NO)'라고 말하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된다. 이번주 `007 어나더데이'가 개봉될 한국내 145개 극장에서 시위가 계획돼 있다는 보도가 있다. 제임스 본드가 절에서 여성과 성관계를 맺고 미군 장교가 한국군의 이동을 명령하는가 하면 소로 농촌을 묘사한 장면 등에 대해 아시아에서 가장 발전한 한국의 모습을 왜곡 묘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20세기 폭스` 한국 지사는 "이것은 현실이 아닌 영화다. 관람객들은이것이 허구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며 메아리 없는 항변을 하고 있다. 확실히 007 영화는 요즘 북한 최고의 영화제작자에 의해 기획된 실제 드라마가할리우드가 만들어 내기를 희망할 수 있는 어떤 영화보다 더 기괴하게 여겨지는 한국에서 별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