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사간 '펀드 전쟁'은 개인금융자산 1천조원 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금융사 생존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 저금리시대 정착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개인 금융자산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종합자산관리시장(소매금융)' 주도권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첫번째 접전은 간접투자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시장을 둘러싼 경쟁 현황과 올바른 방향 등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 은행이 수익증권(펀드)을 본격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부터다. 은행권은 지난해 11월말 판매시장의 14%를 차지했다. 은행들이 증권.투신사의 텃밭인 간접투자시장을 놀라운 기세로 파고들고 있는 것. 은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들어 펀드 마케팅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주가지수연동 정기예금, 소액펀드상품 등 증권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다양한 상품까지 개발, 고객 저변을 넓혀갈 태세다. 안방을 잠식당하고 있는 증권사들도 본격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개인 금융자산의 60%는 은행권 예금형태로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들 자금의 일부가 주식, 펀드상품등 투자상품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한다. 간접투자시장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은행권의 대공격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최대 지점망을 가진 국민은행은 올해 펀드판매 목표를 10조원으로 정했다. 국민은행은 이를 위해 전국 지점장 및 영업직원 3천여명을 대상으로 간접투자상품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은행은 이와함께 월 1만원으로 소액으로도 가입할 수 있는 적립식 펀드까지 내놓고 있다. 그동안 VIP 고객위주로 판매해온 적립식 펀드를 올해부터 서민 고객들에게까지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내놓은 2천억원 규모의 주가연동정기예금은 3일만에 동이 났다. 우리은행 한미은행 등 다른 은행도 수익증권 판매를 올해 주요 업무로 잡아놓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미줄 같은 지점망과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도 등을 감안하면 은행권의 펀드시장 점유율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증권사의 수성(守城) =삼성증권 한투증권은 최근 비과세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기주택마련 펀드'를 판매키로 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공동약관이 통과되는 대로 일제히 이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 상품은 실적배당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빼면 그동안 은행이 독점 판매하던 장기주택마련저축과 같은 상품이다. 은행이 펀드시장을 잠식하고 있는데 대한 증권업계의 맞대응으로 볼 수 있다. 삼성투신 관계자는 "국내증시의 장기전망을 고려할 때 은행의 확정금리형 장기주택마련저축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또 일임형 랩어카운트 도입을 앞두고 자산관리 서비스 업무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은행의 PB(프라이빗뱅킹)와 비슷한 개념으로 증권사들은 이를 통해 자산관리 서비스 시장을 넘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