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가 팔장을 끼고 있다. 컴퓨터(프로그램 매매)에 전권(全權)을 맡겨놓은 모양새다. 옵션만기일에 주가를 끌어내린 장본인도 기관이다. 펀드매니저들의 시황관이 나쁜 것은 아니다. 기회있을 때마다 개인투자자에게 '장기투자'를 가르치는 것도 기관이다. 그렇지만 실제론 다르게 행동한다. 돌이켜 보면 한국시장에서 기관들은 항상 시장에서 후행적으로 움직여왔다. 외국인이 오던 길을 되돌아서자 주가가 크게 미끄러졌다. 반도체 가격 하락 등 시장 체력의 한계가 만들어낸 폭락이지만 외국인과 한편에 서서 몰매를 가하는 기관이 커보이는 국면이다. 큰 재료가 없는 상태에서 수급이 시장을 쥐락펴락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기관이 투자의 모범을 보여줄 차례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