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데뷔 첫해인 지난해 KPGA 상금랭킹 2위에 오른 김대섭(22.성균관대) 프로. 그의 하루는 새벽 5시50분부터 시작된다. 1시간30분 가량 조깅으로 몸을 푼 뒤 10시30분부터 스윙연습에 들어간다. 이때부터 계속되는 훈련은 오후 6시 시작하는 2시간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볼은 매일 5백개 정도만 친다. 볼 하나 하나에 생각을 담아 차분히 스윙하기 때문에 시간은 적지 않게 소요된다. 제주도에서 초등학교 3년간 야구선수 생활을 거쳐 중1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오라CC 연습생 시절 혼자만의 비밀 연습장소(?)를 찾아냈다. 연습장 반대편 끝에 놓인 물탱크 뒤편. 드라이빙 레인지의 길이가 3백m쯤 되기 때문에 물탱크 뒤에서 타석을 향해 역방향으로 공을 보내도 안전에 문제가 없었다. 김 프로는 그 곳에서 물탱크 위로 볼을 넘기며 샷감각을 키웠다. 라운드를 조금이라도 더 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필드를 돌기도 했다. 연습에 집중한 때문인지 골프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인 중2 때 첫 시합에서 76이라는 스코어로 예선을 통과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하루라도 골프연습을 안하면 금방 골프가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매일 연습만 하다보니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친구들과 노래방 한번 가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나 김 프로의 인생관은 고3 때 '삼성 꿈나무'에 선발되면서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새로운 선생님은 지나치게 앞만 보고 달리는 그에게 오히려 "너무 몰두한다"고 꾸중했다. "연습할 때는 진지해야 하지만 나이에 맞게 놀 때는 놀 줄도 알아야 한다"는 '여유'를 가르쳐 주었다. 김 프로는 그 후부터 골프 외의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 지금은 개봉하는 영화를 모두 볼 정도의 영화광으로 변했다. 그는 자만을 가장 경계한다. '그동안 잘 해왔으니까 당연히 잘되겠지'라는 마음은 결국 나태함을 가져온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지금껏 시합을 앞두고 한 어느 인터뷰에서도 "우승할 것 같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다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로만 일관했다. 그는 또 "이번에는 잘 칠 것 같다라는 생각이 오히려 몸에 힘이 들어가게 한다"며 "항상 노력하는 것만이 슬럼프에 빠져들지 않는 길"이라고 말한다. 김 프로는 "골프를 즐기면서 하는 것이라고들 얘기하지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를 때까지는 정말 힘겨운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