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아끼는 애장품은 어떤 것들일까. 오는 10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막되는 '나의 애장품'전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소장하고 있는 애장품들을 한데 모은 이색 전시회.이어령 전 문화관광부장관,허동화 한국자수박물관장,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직지사 주지인 흥선 스님,건축가 김원 문신규,작가 이대원 박대성 등 명사 52명의 소장품 1백20여점이 출품된다. 가나아트갤러리측은 "이들 애장품은 값이 비싸거나 예술성이 뛰어나기보다는 소장자의 따뜻한 애정이 담겨 있어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출품작 중엔 심사정 정선의 산수화가 가장 많고 병품 벼루 등 이색적인 애장품도 선보인다. 애장품과 함께 사연이 담긴 애장기(愛藏記)도 함께 전시된다. 허동화 관장은 길이 8㎝의 호랑이 어금니를 내놓았다. 그는 호랑이의 어느 부분이든 소유하면 액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다는 민담에 따라 그 어금니를 구했다. 남과 다툴 일이 있을 때면 호주머니에 이 어금니를 숨기고 다니며 효력을 기대하곤 했지만 한번도 덕을 본 적이 없다고 귀띔한다. 김종재 서울대의대 교수는 선친 김원룡 박사가 타계하기 전에 그린 '북한산 줄기'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이 스케치는 김 박사가 1993년 서울대병원 병실에서 북한산을 바라보며 그린 것으로 김 교수는 작품을 볼 때마다 날로 수척해갔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김형국 서울대 교수는 1986년 장욱진 화백이 그린 '자화상'을 출품했다. 전기(傳記)에 쓸 자화상을 부탁하자 장 화백이 1분도 안 걸려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 줬는데 김 교수는 "안경의 코걸이만 그려 '닮지 않았지만 닮은 불사지사(不似之似)의 경지'를 순식간에 보여주는 소묘력에 감탄했다"고 회고한다. 2월2일까지.(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