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콜' 휴대폰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운 삼성전자 이기태 정보통신 총괄 사장의 올해 경영 화두는 '글로벌화'다. 세계 휴대폰시장 3위,단일품목으론 사상 최대인 매출 10조원 돌파,올해 세계 시장 점유(13%) 2위업체로 도약 등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기업임에도 불구,새삼 '글로벌화'를 경영 키워드로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 사장은 이에 대해 "지멘스나 에릭슨같은 업체가 돈이나 기술이 없어 휴대폰 시장에서 밀린 게 아니다"라며 "상품에 대한 컨셉트,인력,미래를 선도할 기술,마케팅,품질 등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기업이 영속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 "글로벌화를 바탕으로 세계 초일류 회사를 만들기 위해 매진하다 보면 시장점유율이나 실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까지 실적 점검을 위한 임원 회의를 주재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세계시장에서 2위니 3위니 하는 양적 경쟁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휴대폰이 시장을 휩쓸고 어떤 기술이 등장할 지가 그의 최대 관심사다. 이 사장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목표아래 올해 다양한 퓨전(융합) 제품을 내놓겠다"며 "'내 손안의 큰 세상'을 구현할 단말기를 만들고 네트워크 부문도 일류 회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한국의 이름을 세계에 떨치겠다"고 밝혔다. 국제 표준화나 특허 분야의 활동도 강화,최고 수준의 통신 기술을 갖춘다는 포부다. 이 사장은 "조만간 지상파TV 수신이 가능하고 30만화소급 내장형 카메라를 장착하며 위치추적은 물론 메모리카드까지 부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단말기를 출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3세대 이동통신인 'EV-DO'용 휴대폰에 무선랜 단말기,디지털카메라,캠코더,TV,텔레매틱스,컴퓨터 등을 결합한 만능 제품이 나오는 셈이다. 대용량 배터리를 사용하면 한 번 충전으로 4∼6시간 동안 TV를 볼 수 있고 차량용 안테나를 장착하면 고속주행시 TV시청도 가능하다. 이 사장은 "멀티 기능을 갖췄지만 크기는 현행 PDA(개인휴대단말기)와 비슷한 수준이며 키보드와 연결하면 어지간한 컴퓨터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대폰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과 관련,"인건비가 싸다거나 시장이 크다는 사실만 보고 중국시장에 진출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게 무엇이고 중국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에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며 "중국 현지 공장과 연구소 등에 최고의 시설과 인력을 갖춰 수준높은 제품을 출시,'메이드 인 차이나'란 브랜드의 명성을 삼성이 올려주겠다"고 역설했다. 중국 차이나유니콤의 2.5세대 이동통신(cdma2000 1x)시스템 입찰에 대해선 "이미 2세대 장비를 납품했던 톈진 허베이 상하이 푸젠 등 4개성에다 감숙성 물량까지 추가 수주해 모두 5개성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을 낮추면 더 많은 물량을 수주할 수도 있었겠지만 제값을 받지 않고는 안팔겠다는 게 일관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휴대폰 부품 국산화와 관련해선 "기술을 알려주고 미래 제품에 대한 비전을 제시,국내업체들이 자립기반을 갖추는데 도움을 주겠지만 전세계 업체에 문호를 개방하는 '글로벌 소싱'을 통해 최고 제품을 사용하겠다는 원칙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단말기 운영체제(OS)에 대해선 "마이크로소프트나 팜,노키아 진영과 등거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가장 먼저 만들 것이고 세상에 이미 있는 제품이라면 가장 좋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