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호(號)가 2003년 계미년(癸未年)의 시작을 알리는 힘찬 뱃고동 소리와 함께 출발했다.


21세기 첫 대통령도 새로 뽑았고 '경제 4강'의 각오도 새롭게 다졌다.


지난해 말띠 해 답게 큰사건과 변화가 많았다면 새해에는 양처럼 차분하고 안정되기를 기대하는게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램이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이 보는 올해 경제상황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일각에서는 '암초 많은 바다를 안개속에서 항해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경제성장률이 지난해(6%대 초반)보다 다소 떨어진 5%대로 예상되는 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3%에서 올해 3.3%로 다소 오를 전망이다.


4백조원을 넘어선 가계빚과 2백50만명을 웃도는 신용불량자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기업과 소비자들의 각종 체감경기 지표(기업경기실사지수, 소비자기대지수 등)는 2001년 미국 9.11테러 직후보다도 나빠졌다.


대기업의 25%가 올 상반기 채용을 줄일 것이란 설문 조사결과도 어두운 경기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다행스런 것은 수출과 투자가 모처럼 회복돼 그나마 5%대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예상이다.



2년간 투자를 주저한채 현금을 비축해온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대그룹들은 새해엔 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이다.


수출도 선진국 시장 침체에도 불구 중국 등 아시아 시장 확대로 호조가 예상된다.


여기에다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고 하반기부터는 미국이 정보통신(IT) 산업 회복기대 속에 연간 3%대의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을 점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런 전망아래 내년 하반기부터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란 예측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대우증권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우리증권 등은 "작년에 5백80선까지 밀렸던 종합주가지수는 올해 악재들만 털어낸다면 9백~1천포인트까지 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낙관적인 주가 전망 시나리오와 달리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형 암초가 곳곳에 즐비하다고 지적한다.


어떤 암초든 부딪힐 경우 지금까지 전망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수도 있다는 얘기다.


예상되는 암초는 <>미국.이라크 전쟁 우려 <>북핵 문제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 현상) 확산 <>미국 일본 등 중심국간 환율전쟁 조짐 <>중국의 추격 <>가계대출 및 개인파산.신용불량자 급증 <>춘투(노사관계 불안)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미국.이라크 전쟁은 언제 맞부딪칠지 모르는 대형 암초다.


전문가들의 단기전 예상과 달리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 급등과 세계경제 동반침체로 한국도 곧바로 침체의 터널로 들어설 수밖에 있다.


북한 핵 문제도 순조롭게 풀리지 않을 경우, 한국 경제가 순항하는데 거센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반도 정세불안은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과 국내 투자.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현상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는 걱정스런 대목이다.


또 세계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들이 갈수록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잡고 있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심국간의 환율전쟁으로 원화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과 일본의 새 경제팀은 제각기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하는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를 놓고 벌이는 중국 일본과의 헤게모니 다툼과 견제도 동북아 중심국을 지향함으로써 성장의 동력을 찾으려는 한국 경제에는 큰 과제다.


아울러 고삐 풀린 가계대출과 이에 따른 가계파산 신용불량자 양산 문제는 서민생활 안정을 공약으로 내건 새 정부의 큰 골치거리다.


올봄부터 시작될 주요 사업장의 춘투(春鬪)와 새정부의 대응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 정부는 경제활력(7%대 성장)을 꾀하면서 개혁(재벌 시스템 개혁)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경제정책이 윤곽을 드러낼때까진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운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반도체 등 핵심업종은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게 아니어서 투자 확대계획은 세웠지만 시기에선 다소 주저하는 분위기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1.4분기중 정부주도로 IT 수요를 늘려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나설 수 있게 해줘야 내수에서 수출과 투자로 성장동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조급한 경기대책보다는 경제의 불안요인, 즉 북핵문제나 부동산.가계대출 억제책 등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추는게 설비투자를 촉진하는 첩경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또 제조업 공동화 방지,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경영환경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과 경제의 활력을 위해선 기업정책을 규제 일?뎔?아니라 경쟁촉진 위주로 운용하고 노동현장에서 불법행위를 적극 방지해야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길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릴 수 있다는 분석은 귀담아 들을 만한 대목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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