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영화계에는 '순수'나 '사랑'을 주제로 한 멜로영화가 쏟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대작 영화들의 잇딴 흥행 참패로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블록버스터가 크게 줄어들고 지난 2년여간 극장가를 점령했던 '조폭 영화'의 열기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작이 끝났거나 촬영중인 멜로영화는 12편.

기획중이거나 시나리오 검토단계에 있는 작품까지 합하면 멜로영화는 20편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 이달 중 개봉하는 멜로영화만 해도 5편에 이른다.

박광춘 감독의 '마들렌'이 오는 10일 선보이는 데 이어 이동현 감독의 '하늘정원',곽재용 감독의 '클래식',이정욱 감독의 '국화꽃 향기',박광우 감독의 '강아지,죽는다' 등이 1월 중 관객을 찾는다.

또 김경형 감독의 코믹멜로 '동갑내기 과외하기'(2월 개봉),용이 감독의 데뷔작 '밑줄긋는 남자',김응수 감독의 '욕망'(4월),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김은숙 감독의 '빙우' (이상 6월),이재용 감독의 '스캔들'(9월),이순안 감독의 '소금인형'(10월) 등 멜로 혹은 멜로를 기둥으로 코믹 미스터리 등을 혼합한 장르의 작품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마들렌'은 '삶의 순간순간을 서서히 음미하고 싶은' 소설가 지망생 지석(조인성)과 '1백m 달리기처럼 고속 인생을 원하는' 헤어디자이너 희진(신민아)의 순수한 사랑을 과장 없이 그려낸 작품이다.

안재욱 이은주 주연의 '하늘정원'도 어린 시절의 상처로 웃음을 잃고 살아가던 의사 오성과 중병에 걸렸지만 밝고 명랑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영주의 애틋한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다.

또 조승우 조인성 손예진이 출연한 '클래식'은 신세대 대학생들의 사랑과 1970년대 초반 대학시절을 보낸 부모 세대의 연애담을 비교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준다.

김하인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국화꽃 향기'는 애절한 사랑을 통해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는 영화다.

장진영과 박해일이 슬픈 운명의 여인 희재와 그녀를 바라보는 연하남 인하역을 맡았다.

이들 작품은 대부분 한국 영화의 편당 평균제작비(30억원)를 밑도는 저예산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이 1백만명만 넘어서면 이익을 낼 수 있다.

지난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아유레디' 등 블록버스터들의 흥행 참패 이후 영화사들이 적은 예산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한 작품들이다.

멜로 영화는 전통적으로 한국 영화팬들이 좋아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연기력만 뒷받침 된다면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영화사측의 계산이다.

프리시네마의 마케팅팀장인 김나영씨는 "관객들의 눈물을 쏙 뺄 만큼 감동을 주는 영화들이 최근 거의 없었다"며 "애절하고 따스한 사랑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