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년,말의 해가 저문다.

연초부터 시작해 북한 핵의 충격파가 밀려온 세모까지 일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한 해였다.

1년을 지나온 취재수첩을 뒤적거려 본다.

크고 작은 사건이 많았다.

마치 야생마들이 곳곳을 질주해온 것처럼 극단적인 현상도 많았다.

상반기 부동산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었고 연초 기세 좋게 출발했던 주식시장은 하반기 이후 연말까지 속절없이 가라앉았다.

국가는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모두 A등급을 되찾으면서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했지만 개인 신용불량자는 2백6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기업은 적지 않은 이익을 내면서 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빚 규모를 줄인 반면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그 뿐이 아니다.

6월,파죽지세로 월드컵 4강을 이루기까지 온 국민이 남녀도,노소도,빈부도,지역도 뛰어 넘으면서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쳤다가 12월 대통령 선거에서는 세대별 지역별로 사분오열되기도 했다.

지난 한 해는 이처럼 극단을 오갔다.

북한과의 경제협력도 세찬 국제정치의 풍파 속에서 '온탕'과 '냉탕'을 거듭했다.

북한의 경제특구 계획을 비롯한 잇단 개방 제스처에 남북경협 확대의 꿈이 한껏 부풀었지만,연말 들어 터진 '북핵 파문'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미로에 빠졌다.

우리 경제에 좋은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한 해였다.

그런 한 해가 종점에 왔다.

말의 해, 롤러코스터 경제는 연말에 새 엔진도 마련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정해진 뒤 30일 출범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그것이다.

새 엔진은 성장 못지 않게 분배에,경제적 자유 못지 않게 형평을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새 엔진이 얼마나 부드럽게 시장친화적으로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상당수 기업인들이 불안한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당선자쪽도 이렇게 미심쩍어 하는 기류가 있다는 것을 파악한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새 해,양의 해를 맞는다.

무리지어 살되 서로 싸우지 않고 유순하게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양과 같은 침착한 경제를 새해에 기대해 본다.

허원순 경제부 정책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