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맨중 강한 인상을 남긴 사람중 하나는 삼성증권 황영기 사장이다.

수십년째 계속돼온 증권사의 영업관행에 정식 도전장을 내던졌다는 점에서다.

황 사장은 돈을 많이 끌어와서 매매 회전율을 높이는 일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고객의 돈을 얼마나 늘려줬느냐는 영업직원의 능력을 평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주식을 사고 팔아주는 수수료로 돈을 벌기보다는 고객의 돈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자산관리나 기업금융을 통해 이익을 내기로 했다.

정도영업의 화두를 던진 셈이다.

삼성증권이 업계의 선두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 시장판도의 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LG투자증권의 리서치센터를 맡고 있는 박윤수 상무도 올해 '히트'를 쳤다.

지난 7월 대세상승론이 주류를 이룰때 홀로 대세하락론을 주장했다.

남들이 700에 걸쳐 있는 지수가 800,900선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했지만 58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결국 지수는 정확하게 580선까지 하락했다.

그래서 시장은 박윤수 상무에게 물어보라는 말도 생겨났다.

삼성증권의 리서치헤드를 바통터치한 이남우리캐피털사장과 임춘수 상무도 주목을 받았다.

이 사장은 삼성증권 리서치본부장으로 잘 나가다가 펀드를 직접 운용해 보겠다며 투자자문사를 차렸다.

임 상무는 미국계 증권사에서 일하다가 배움닷컴사장으로 변신했고 다시 증권맨으로 복귀했다.

두 사람 모두 해외경험이 풍부하고 글로벌한 시각으로 시장에 접근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대우증권의 정영채 주식인수부장은 IPO(기업공개) 부문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NHN과 파라다이스의 공개를 성공시켰다.

덕분에 대우증권이 IPO 부문에서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매각설이 끊이질 않는 등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에서도 이같은 실적을 올렸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동원투신으로 자리를 옮긴 이채원 전 동원증권 선물운용팀장도 가치주투자의 바람을 일으켰다.

철저하게 저평가된 우량주만 골라 사는 이채원식 투자법은 시장의 큰 관심을 끌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기본적으로 편입하는 종목을 무시하고 아무리 소형주라도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만 사는 그의 투자기법은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스타영업맨은 나오질 못했다.

증시침체로 곤혹을 치른 영업사원이 더 많았다.

사상 초유의 기관계좌 도용사건에 연루된 대우증권 안모 대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영업을 하면서 빚을 많이 지게 됐고 이 부담 때문에 작전세력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특히 안 대리의 친형이 이 사건에 깊이 간여해 형제가 주가조작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