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좌절이 그 어느때보다 컸던 2002년 증시가 종착역에 도착했다.

대세상승에 대한 기대감 속에 941까지 치솟았던 종합주가지수는 500선으로 급락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지난 10월 사상 최저수준(43)으로 폭락했었다.

지수는 우여곡절 끝에 출발선상인 연초 수준으로 돌아왔으나 개별종목의 명암은 뚜렷이 교차됐다.

◆ 꾸준히 오른 우량주

2002년 증시는 '턴 어라운드주'가 열어제쳤다.

팬택 풀무원 제일모직 대우차판매 등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거듭한 회사들은 불어난 이익속에 1년 내내 주가가 올랐다.

팬택은 대규모 중국 수출건이 성사되며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52% 급증한 5천9백4억원, 내년에는 1조1천3백4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대우차판매는 워크아웃 졸업을 계기로 주가가 1년간 1백78%나 올랐다.

2001년을 풍미했던 가치주 열풍은 소리없이 지속됐다.

가치주의 대명사인 SK가스와 LG가스 가스공사 신도리코 등은 돋보이는 오름세를 나타냈다.

◆ 냉온탕 내수주

상반기 수출이 멈칫하는 사이 우리 경제의 성장은 내수 소비가 이끌었다.

폭발적 소비 증가속에 백화점주(신세계 현대백화점) 카드주(LG카드 국민카드 외환카드) 은행주(국민은행) 등의 주가는 날개를 활짝 폈다.

그러나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부동산값 상승세가 멈추며 신용추락 소비위축현상이 심화되자 내수주는 '날개없이' 추락하는 신세가 되고 있다.

◆ 햇볕 든 IT(정보기술)주

IT주 업황이 부진한 사이 수출 주력상품으로 부상한 휴대폰 관련주가 테마를 이뤘다.

키패드를 만드는 유일전자, 부품(쉴드, 브래킷)을 생산하는 KH바텍은 인탑스 피앤텔 알에프텍 이랜텍 등과 함께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또 NHN의 신규상장으로 다음 네오위즈 옥션 등 인터넷주도 테마주로 부상했다.

◆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삼성전자는 반도체 핸드셋 LCD 가전의 황금비율 포트폴리오를 구축, 불황기에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면서 증시를 이끌었다.

지난 4월 43만원까지 치솟았으나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10월에는 26만원까지 떨어져 투자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삼성전자가 한국 증시의 '자존심'이라면 하이닉스반도체는 '골칫덩이'로 자리매김했다.

매각 독자생존 감자 흑자전환 등 온갖 소문과 뉴스속에 데이트레이더의 주 공략종목으로 부상하면서 급등과 급락을 거듭했다.

거듭된 출자전환으로 전체 발행주식이 52억주에 이르면서 하루 거래량이 18억주에 달하기도 했다.

최근 채권단회의에서 21대 1의 균등감자, 1조9천억원의 출자전환, 지분매각 제한조치 연장 등이 결정됐고 소액주주측의 차등감자 주장이 대선과정에서 쟁점이 되기도 했다.

하이닉스 처리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어가 내년에도 증시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 뜨거운 감자

올해 코스닥의 문제점을 대변하는 주식으론 새롬기술과 모디아 등이 꼽힌다.

인터넷 무료전화 '다이얼패드' 열풍을 일으켰던 새롬기술은 누적된 적자로 지난해 11월 오상수 전 사장이 물러난 뒤 홍기태 사장과의 경영권 분쟁, 분식회계로 인한 오 전 사장 구속 등 의 뉴스를 달고 다녔다.

최근 홍 사장이 새 대표이사를 맡으며 지난달 대표이사(전제완)가 구속기소된 포털사이트 업체 프리챌과 자회사인 드림챌을 인수키로 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시스템 통합업체인 모디아는 지난 3월 8만7천원까지 폭등하기도 했으나 8월말 김도현 사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후 급락, 8천원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그 과정에서 김 사장은 지분 절반 이상을 매각했다.

이밖에 델타정보통신은 대우증권의 한 직원이 시세조종(작전) 과정에서 기관계좌를 도용, 대량매매함으로써 주인이 바뀌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