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럽 강소국(强小國)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설마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혹시라도 필립스가 네덜란드를 떠난다면…''혹시라도 노키아가 핀란드를 떠난다면…'이란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국내(national) 기업이 다국적화돼 나갈 때만 해도 이런 가정은 없었다.

다국적기업이라고 부르지만 모기업이 소재한 모국(母國)은 그래도 '모국중심론'을 믿었다.

핵심기능은 모국에서 행해질 뿐 결코 이동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다.

이는 유치국 입장에서 보면 다국적 기업에 대한 불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다국적(multi national)'이 언제 '초국적(trans national)'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불안도 나온다.

나라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 강한 산업을 만들고 그래야 강한 나라가 된다고 믿는 강소국들로선 그럴 수 있다.

그래선지 이들 나라에서 정부가 기업하기 더욱 좋은 환경을 위해 규제완화를 하고 또 연구개발과 교육투자에 그토록 신경을 쓰는 것이 차라리 '절박함'을 느끼게 할 정도다.

차기정부 인수위 인선이 마무리되자 여러가지 얘기들이 나온다.

그 중에는 '신(新) 산업정책'이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선이 확정됐을 때 이는 예고된 것인지 모른다.

당선자 측의 '7% 성장론'은 어차피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어 결국 '신성장론'으로 그 이름이 바뀌면서 신산업정책이 나오리란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 '신(新)'의 의미를 어디에 두느냐다.

신산업정책은 멀리 갈 것 없이 80년대 중반에도 나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를 종합하면 '인력ㆍR&D 중심''자율과 창의''규제완화''민간주도' 등이 신산업정책이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신산업정책 얘기다.

이미 나왔던 것도 전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판에 이번엔 또 무엇이 새로 나올까.

신산업정책을 새로 설계한다는 말이 들린다.

'5∼10년 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 큰 그림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가 한 두번 행해진 것도 아니지만 그 전에 생각할 것이 있다.

'5∼10년 후'를 알고 싶은 절실함이 기업보다 강한 곳도 없을 테지만 그 기업들이 지금 '5∼10년 후'는 커녕 '1∼3년 후'도 잘 모르겠다는 게 지금의 글로벌 경쟁상황이다.

그런 판에 정부가 또 무슨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 한국경제의 최대 당면과제는 산업공동화 대응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제2본사를 중국에 두는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

고용과 기능에서 국내 본사와 다를게 없어져 가는 그 배경이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부터 읽어야 한다.

'국민을 모시는 정치'를 하겠다면서 '기업을 모시는 경제'를 못할 이유가 있을까.

기업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 제대로 해도 훌륭한 신산업정책이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