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혁신'에 초점 .. CEO 키워드로 본 '2002 경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올 한 해 CEO(최고경영자)들을 잠 못 들게 한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세계적 경기침체 한복판에서 한국의 CEO들은 무슨 고민,어떤 걱정거리로 새벽잠을 설쳤을까.
주요 대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경제신문의 설문조사 결과 '월드컵'이 주요 경영상의 의제들을 제치고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로 꼽혔다는 것은 다소 의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올해는 열두달이 아니라 열한달이었다"는 항간의 이야기처럼 '꿈 같은 한달'을 보냈다는 점에서 CEO도 예외일 수는 없었던 듯하다.
경영과 연관지을 수도 있다.
당초 목표였던 본선 첫승은 물론 16강을 넘어 세계 4강을 일궈낸 태극전사의 활약상이 CEO들의 열정에 불을 지핀 것이다.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불확실성 속에서 추진하는 경영혁신운동이다.
은퇴한 잭 웰치 전 GE회장도 혁신을 '끝없는 여정'이라 했고 기업 리더를 '혁명의 십자군'이라고 불렀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신념,기초부터 다져가면 세계 정상도 결코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자신감,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리 스스로의 잠재력.올해의 월드컵 만큼은 그런 가슴뛰는 단어들과 동의어였다.
월드컵에 이어 CEO들을 사로 잡은 단어는 바로 '인재'다.
응답자의 절반인 26명이 인재확보 인재경쟁 인재양성 등의 의미가 담긴 이 단어를 꼽았다.
'1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인재 1명'을 찾는 대열에 삼성 LG 현대 등 한국 대표기업의 사장들이 앞다퉈 비행기를 탔다.
기업의 가장 경쟁력있는 자산은 인적 자산, 바로 사람이라는 인식이 뿌리를 내린 한 해라 하겠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답게 '대선'이라는 단어가 3위를 차지했다.
38%인 20명이 꼽았다.
기업들로서는 분명하게 노선차이를 보이는 유력 대선후보들의 당락 가능성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는 일.
4위와 5위는 각각 37%, 29%의 CEO들이 꼽은 '고객만족'과 '혁신운동'.
고객만족의 경우는 경쟁양상이 치열해지면서 각사마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을 정착시키는 데 힘을 기울였음을 입증해 주는 셈.
혁신운동은 삼성 LG 포스코 등 '6시그마 경영혁신운동'을 벌이고 있는 업체 경영자들이 주로 꼽았다.
뇌물근절과 신뢰경영의 슬로건으로 대두된 '윤리경영'은 전체의 27%인 14명이 올해의 단어로 꼽아 6위에 랭크됐다.
공동 7위에는 각각 13명씩이 선택한 '히딩크''순익''주5일 근무제' 등이 올랐다.
히딩크의 경우는 월드컵 시즌과 직후에 CEO들이 각종 회의석상에서 전략과 신념,훈련방식을 예로 들며 자주 인용한 이름이었다.
흑자경영을 상징하는 '순익'은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등 양적인 경쟁이 아니라 질적인 경영이 중시되면서 경영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대표적 지표로 변했다.
'주5일 근무제'의 경우는 노사간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면서 대기업 CEO들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밖에 '경기침체'와 '주가'를 꼽은 응답이 각각 11명씩이었고 '구조조정' '투명성' 등의 단어가 가장 중요했다고 답한 사람도 각각 9명씩이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