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양극화' 현상 뚜렷..화랑 기획전 위축-경매.조형물 시장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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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술시장은 어느 때보다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 한 해였다.
1차 시장인 화랑에서의 기획전을 통한 판매가 극심한 불황을 겪은 데 반해 경매시장과 미술품 조형물시장은 상대적으로 활황을 보였다.
특히 미술품 판매가 일부 인기작가에만 집중되고 대다수 신진 및 중견작가들의 작품은 거래가 극히 부진해 향후 미술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몸살앓는 화랑=강남에서 20여년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한 화랑 대표는 "그림이 이렇게 안 팔린 적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인사동의 R화랑 대표는 "기획전을 열면 예년의 경우 판매율이 30∼40%였지만 올해는 10∼15% 정도로 급격히 위축됐다"고 전한다.
기획전에 작가가 10점을 출품하면 올해에는 2점 팔기도 어려웠다는 얘기다.
화랑에서의 미술품 판매가 위축되다보니 기획전을 포기하고 상설전만 갖는 화랑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경매시장과 조형물시장의 약진=2차 시장인 미술품 경매시장은 올해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지난 98년 문을 연 서울옥션의 경우 올해 미술품 거래를 통한 매출이 전년대비 30% 증가한 1백억원을 웃돌았다.
신축 빌딩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조각 환경조형물 등의 조형물 시장도 건설 붐의 영향으로 크게 늘었다.
공공미술품을 포함한 조형물시장 규모는 올해 4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의 경우 50% 가량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가격억제 정책으로 인해 내년 조형물시장은 올해에 비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컬렉터들의 수평이동=화랑에서의 미술품 거래가 부진한 반면 경매시장이 활황을 보인 것은 많은 컬렉터들이 거래처를 화랑에서 경매로 옮긴 데 따른 현상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서울옥션측은 "연회비 10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 신규 회원이 올해 20%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규 회원 대부분은 미술품 거래에 경험이 있는 기존 컬렉터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볼 때 경매시장에 처음으로 참여한 신규 컬렉터는 크게 늘어나지 않은 반면 컬렉터들만 화랑에서 경매시장으로 '수평 이동'한 셈이다.
미술시장 침체는 국내 경기가 눈에 띄게 좋아지지 않는 한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술품을 구매하는 신규 수요층도 늘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1·2차 미술시장간에 '파이(기존 컬렉터)를 누가 더 갖느냐' 하는 싸움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