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신화가 지배하는 땅,인도는 '잃어버린 영혼'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순례자들로 북적거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인 아그라의 타지마할이 대칭의 전당인 것처럼 인도엔 극상의 대칭적인 존재들로 넘쳐난다. 빈자와 부자,귀족과 천민,성자와 악인.이해할 수 없는 이 카오스의 세상엔 사원의 형태와 주제조차 신비롭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카주라호의 사원이다.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에서 비행기로 40분이면 도착하는 카주라호는 한마디로 에로틱한 미투나상(남녀교합상) 때문에 유명해진 마을이다. 지금으로부터 1천년전 이곳에서 번성한 '달의 신'인 찬드라의 자손이라 칭해지는 찬델라(Chandella) 왕국이 그 최고 전성기(950년-1050년)에 세운 사원도시이다. 이슬람세력이 이곳을 정복했을 때 사원의 조각들이 너무나 적나라해서 파괴해버리는 바람에 현재는 85개의 사원중 22개만 남아있다. 사원 입구는 평범한 힌두사원의 그것처럼 별다른 특징이 없지만 일단 사원 앞으로 다가서면 누구든 그만 깜짝 놀라고 이내 당황스런 표정을 짓게 된다. 거의 모든 에로티시즘을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요염하고 관능적인 성행위 장면을 부조한 조각들로 사원 전체가 장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녀 결합의 극치를 통해 신과의 성스러운 합일을 기도했던 것으로 후세의 역사가들은 풀이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의 생활풍속도도 사실적으로 표현해서 힌두와 인도귀족들의 삶을 한가닥 짐작케 해준다. 사원 전체는 몇 개의 소그룹으로 나뉘어진다. 우선 서쪽엔 시바신(파괴의 신)을 모신 깐다리야 마하데바 사원과 데비 자가담바 사원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사원 안은 박쥐들이 가득하고 내부는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촛불을 밝힌 승려만이 신자와 관광객들을 맞고 있고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사원은 빛바랜 모습으로 당시의 모습을 말없이 전해줄 뿐이다. 사원의 외곽을 장식하는 조각들은 그야말로 카마수트라(섹스 테크닉)의 전당이다. 여러명의 남녀가 교합하는 장면과 동물과의 성행위 장면 등 끝이 없는 이 에로틱한 상상들은 당대의 뛰어난 조각가와 예술가의 손을 빌어 생생하게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동쪽 그룹의 사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앞서의 사원들보다는 규모도 작고 조촐하지만 빠스바나트 사원과 샨티나타 사원,그리고 자이나 교의 사원들이 흩어져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자이나교의 사원은 미투나상을 기대할 순 없지만 모든 소유를 버림으로써 비로소 자유롭다는 자이나교의 창시자답게 나신으로 만들어진 조각상이 자리하고 있어 카즈라호를 여행하는 동안에는 벌거벗은 사람들의 군상에서 자유로와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카즈라호가 지금처럼 유명해진 데는 이 지역에서 꾸준히 관광사업의 부흥에 힘을 기울여온 한 원로의 힘에 기인한 바 크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카즈라호 외곽지역에서 롯지를 만들어 놓고 이색체험을 즐기기 위해 이 마을을 찾는 외국인들을 투숙시키고 있다. 한 두시간이면 다 돌아보는 카주라호의 빈약한 관광자원 때문에 그처럼 사파리 롯지를 만들고 주변의 국립관광지를 개발,지프차 투어 상품을 만드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인도의 대표적인 스파 마사지로 유명한 아유베다 마사지도 여기 카주라호에서 즐길 수 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유산으로 카주라호 사원이 인정받고 있어 해마다 수만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약 100년간 집중적으로 건립된 카즈라호의 사원들은 당시 북인도에 대두된 탄투리즘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이는 '자신과 절대자와의 완전한 동일성'을 주창하는 것으로 그런 절차의 첫 번째 의식은 성적인 의례였다. 미투나상은 그 상징적인 표현인 셈이다. 건립 의도야 종교적인 에너지에서 비롯되었다해도 그처럼 오랜 세월동안 숱한 전쟁과 파괴의 연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것은 신비로운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정말 힌두의 신들이 정념을 다해 이 사원을 지킨 것은 아닌지 저녁노을에 물든 아름다운 사원을 바라보며 가져보는 상념이다. 찾아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자이푸르까지는 델리까지 직항하는 아시아나 항공(02-669-8000/8시간 30분 소요)을 이용,도착 후 차량으로 이동(약 5시간 30분)하면 된다. 일본이나 홍콩을 경유하는 에어인디아(02-752-6310)도 운항되고 있으며 인도 국내에선 제트 에어웨이즈,사하라 인디안 에어라인즈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글=이유진(객원기자) 취재협조=아시아나 항공,에어인디아, 문의=자유여행사(02-7579-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