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1:38
수정2006.04.03 01:40
은행들이 내년 경영환경을 매우 어둡게 보고 있다.
경기 둔화로 대출수요가 급감하는 가운데 합병 등으로 규모를 키운 대형 은행간 경쟁은 더욱 심화돼 예대마진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게 대부분 은행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수수료 등 비이자 수익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여.수신 정책에서는 양적 팽창에서 수익성 위주의 보수적 경영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또 은행권 구조조정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근본적 체질변화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신문이 파악한 주요 시중은행들의 2003년 경영계획에는 이같은 전망과 전략들이 담겨 있다.
◇ 악화되는 경영환경 =국민은행과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쌍두마차 체제였던 은행권이 통합 하나은행 출범과 신한.조흥(또는 제일.조흥)은행 합병으로 과점체제로 바뀌면서 이들 4강간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는 예대마진 축소로 이어져 은행들의 수익성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형 은행들은 가격경쟁력에서 앞서는 대형은행들의 공세를 이겨내기가 힘에 부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대출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둔화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줄어들 전망이고 가계 소비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가계대출은 특히 금융당국이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상향조정하는 등 억제정책을 펴고 있고 가계파산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고 있어 공격적 영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은행들은 소규모사업자(SOHO)를 집중 공략대상으로 잡고 있어 이들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내년 소호 사업자 대출이 1백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은행간 인수.합병 바람은 올해 못지 않게 거셀 것으로 은행들은 예측했다.
우리.외환 등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은행들과 외국계 자본이 대주주인 한미와 제일은행 등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증권 보험 등 이업종 금융회사와의 제휴, 새로운 금융매체로 떠오르고 있는 통신산업과의 경쟁도 핫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가능성, 신정부 경제팀의 정책기조 등이 은행경영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은행들은 꼽았다.
◇ 외형보다는 수익성 =국민은행은 올해 22∼23%로 추정되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내년에는 10∼15%로 낮출 계획이다.
올들어 24.5% 늘어난 중소기업 대출도 내년에는 증가율을 17% 수준으로 끌어내릴 방침이다.
대신 수익증권, 방카슈랑스 상품 등의 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입을 늘려 전체 수익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40%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단순 외형확장을 지양하고 고수익 자산 위주로 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저금리 예금 등 조달비용이 낮은 자금을 적극 유치하는 한편 우량 중소기업과 소호사업자에 대한 대출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역시 최근의 연체율 증가추세와 불투명한 경기전망 등을 감안, 위험관리를 중시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측은 "무리한 확장보다는 수익성이 양호한 부문에 대해 선별적으로 공략하는 내실위주 경영을 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이 은행은 내년 당기순이익 목표를 올해 1조2천5백억원보다 16% 적은 1조5백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