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1:33
수정2006.04.03 01:35
아침이면 자명종이 아닌 이름 모를 새들이 잠을 깨우고,창 밖 저 아래로 어느 새 나타난 야생 멧돼지 한 쌍이 어슬렁거리며 풀을 뜯는 곳.야성의 대륙 아프리카에 와 있음을 너무도 생생하게 전하는 풍경들로 바쿠붕 랏지 리조트의 하루가 시작된다.
문명에서 살짝 비껴 나,잠시 쉼표 하나를 찍어보는 여행이 여기 있다.
남아공 제1의 도시 요하네스버그에서 차를 타고 두 시간.길 좌우로 북적거리는 도시의 삶을 부끄럽게 할 광활한 초원에 넋을 잃고 있는 사이 바쿠붕 랏지 리조트에 도착한다.
입구에는 랜드로버 몇 대가 서 있고,이미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뜬 표정들로 사파리를 떠날 채비로 분주하다.
바쿠붕 랏지는 남아프리카의 수많은 게임 리저브(우리식의 사파리) 가운데 하나인 필라네스버그 국립공원 한 가운데 세워져 있다.
아프리카의 국립공원들은 그저 울타리만 둘러놓을 뿐 어떤 인공미도 가하지 않은 것이 특징.필라네스 버그 역시 그 중 하나인데,그 둘레가 수 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지역 하나를 통째로 야생공원으로 만든 것이다.
"동물들은 자신이 가두어져 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 안내원의 설명.그 야생동물과 함께 숨쉬며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 바쿠붕 랏지 리조트인 셈이다.
야생동물들 속에 자리하고 있지만 바쿠붕은 남아공의 수많은 고급 리조트 중 하나로 대접받고 있다.
이름처럼 초원의 오두막(랏지)를 쉽게 연상시키는,짚으로 엮은 지붕과 원목 건물들.레스토랑에서는 최고의 요리사들이 내 놓는,화려한 색감의 입맛당기는 요리들이 하루 세 번 뷔페로 제공된다.
벽난로와 유럽풍의 장식은 물론,바로크 스타일의 푹신하고 화려한 소파들로 채워진 고급스러운 바도 갖추고 있다.
휴식을 배려해 테니스코트,수영장,배구장,게임룸 등도 마련되어 있다.
넉넉한 공간을 두고 있는 객실은 미니바,전화,TV 등의 시설은 물론,커피와 차를 즐길 수 있는 메이커 등을 구비하고 있다.
탁 트인 발코니 너머로 리조트와 넓은 초원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들어오는 여유로운 정경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곳의 가장 큰 매력은 야생동물들과 인간들과의 거리가 너무나 가까이 있다는 것.레스토랑 앞에는 골프장의 필드를 떠올리게 하는,깔끔하게 단장된 잔디 정원이 펼쳐져 있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햐얀 파라솔 아래 앉아 식사와 커피를 즐기곤 한다.
이 노천 카페테리아에서 야생동물들과의 거리는 불과 십 여 미터.육안으로도 코뿔소 등의 야생 동물들을 지켜 볼 수 있고,운이 좋으면 기린과 하마,사자 등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간혹 망원경을 동원해 좀 더 자세히 관찰하려는 이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혹시 이들이 사람을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인간이 먼저 건드리지 않는 한,오히려 이들은 사람들을 피할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약간의 쇼크만 주는 높다란 철망이 최소한의 보호를 위해 둘러져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밤이면 리조트에 조용히 내려앉는 야생의 어둠.그 속에서 간혹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색다른 방식으로 잠을 청하게 하고,남반구의 별들이 이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에 저렇게 많은 별들이 있었음을 새삼 깨우쳐주는,가장"싱싱한"자연을 벗삼아 지새우는 밤.바쿠붕 랏지 리조트에서만 챙겨 갈 수 있는"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추억으로 남겨진다.
찾아가는 길 : 현재 한국과 남아공간은 직항 항공편이 운항하지 않는다.
홍콩을 경유해 가는 편이 가장 빠른데,홍콩에서는 요하네스버그행 직항편이 주 5회 운항된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바쿠붕 랏지 리조트까지는 자동차로 약 1시간 40여 분.
글=남기환(객원기자) / 문의=주한남공대사관(02-792-4855),남아공관광청,남아공항공사(02-775-4697)BOX, 팬더세계 여행(02-7777-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