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업계 의견이라며 정부에 경유승용차 생산을 허용해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했으나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일부 회원사가 '건의문을 철회하라'며 강력 반발,자동차업계가 내분에 빠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공업협회는 지난 5일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통상마찰 방지를 위해 경유승용차의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국제적 기준으로 완화해달라는 건의문을 환경부와 산업자원부에 제출했다. GM대우 르노삼성 쌍용 등 3사는 이날 협회의 건의문에는 현대·기아차 등 일부 회원사의 입장만 반영됐다며 건의문을 철회할 것을 협회에 공식 요구했다. GM대우차 관계자는 "지난달 22일 협회 상임위원회에서 경유승용차 기준 완화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의견조율이 안됐는데도 협회가 회원사의 입장인 것처럼 건의한 것은 절차상에 큰 하자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의문 제출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는 것.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도 이번 건의문은 전체 회원사의 의견이 아닌 만큼 건의문은 당연히 철회돼야 한다며 우선적으로 업계 전체의 합의안부터 도출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차 업계가 경유승용차 허용 문제를 놓고 이처럼 마찰을 빚는 것은 각 업체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와 기아는 당장 경유승용차 생산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유승용차의 비중이 절반에 이르는 유럽 시장에 경유승용차를 수출하려면 국내에서도 경유승용차를 판매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는 것. 대량생산으로 원가를 낮춰야 한다는 계산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프랑스의 경우 경유승용차 판매가 50%에 육박하고 있다"며 "한국이 오히려 경유승용차에 대한 배기가스 규제를 선진국보다 높게 잡고 있어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현대와 기아는 현재 유럽의 배기가스 규제에 맞는 경유승용차를 생산해 수출까지 하고 있다. 환경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유럽에 판매되는 차라면 국내에서도 팔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GM대우 르노삼성 쌍용 등 경유승용차 생산 조기허용을 반대하고 있는 업체들은 아직 경유승용차를 개발하지 못한 상태다. 판매가 허용될 경우 당장 마켓셰어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회원사가 합의하지 않은 사안을 협회가 건의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유승용차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기아 관계자는 이에 대해 "GM이나 르노처럼 유럽에서 경유승용차를 대량생산하는 회사들이 유독 국내에서 반대입장을 보이는 것은 환경 문제가 아닌 자신들의 이익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건의문을 낸 협회 관계자는 "업체간 1백%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모든 회원사들이 경유승용차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환경단체 등의 경유승용차 도입 반대에 대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협회 차원에서 보다 조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건의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