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성희롱 예방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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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교선생님들이 가장 겁내는 것은 총질을 해대는 학생이나 코카인 같은 마약을 소지한 학생이 아니라고 한다.
제자들과의 관계에서 행여 성희롱이나 성폭행의 추문에 휘말리지나 않을까 하는 점을 무엇보다 두려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십계명처럼 떠받들어지는 두 가지 다짐이 있는데, 하나는 학생 몸에 절대로 손을 대지 않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문 닫은 채로 학생과 단 둘이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의 경우에는 학점이나 연구 진로 등을 놓고 학생들과 단독면담해야 하는 일이 잦아 교수들이 여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학가에서 자주 오르내리는게 '성희롱'인데 이는 곧 성희롱에 대한 경계심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 대학캠퍼스에서도 이제 성희롱논란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닌 당면한 이슈로 떠올랐다.
예전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치부해 버릴 일도 여성인권 차원에서 종종 문제가 되곤 한다.
교수와 여조교간의 성추행스캔들이 법정으로까지 비화돼 사회적인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서울대가 지난 주말 올해 신규임용된 전임강사 이상 교수 50여명을 모아 성희롱 예방특강을 가졌다는 소식이다.
수업 중 말썽의 소지가 됐던 "여학생이 많아 한자실력이 떨어진다"든지 "여성에게 강간보다 가혹한 것은 무관심"이라는 등의 사례들을 짚어가며 교수들이 갖춰야 할 자세를 다뤘다고 한다.
성희롱의 기준이 계속 강화되고 그 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상황에서 강의중 남녀차별적인 언어와 농담은 교수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비교적 자유로운 술자리라 해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교수들은 가장 진보적인 계층에 속한다.
시대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수가 기존 사고의 틀속에 갇혀 있어선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성희롱만 하더라도 어떤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듯 하다.
남녀차별적인 의식 자체를 머리속에서 지워버리지 않는 한 말실수는 언제든지 저질러질 수 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