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장거리 국제노선의 마일리지 공제폭을 전격 확대하고 나선 것은 8백억마일에 달하는 누적 마일리지가 경영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8백억마일이 소진되려면 인천~뉴욕을 1백45만번 왕복해야 한다. 최근 신용카드사 호텔 렌터카 등 비(非)항공분야 제휴사를 통한 마일리지 적립이 전체의 50%에 달하고 있는 점도 대폭적인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요인의 하나로 풀이된다. 하지만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공제폭을 확대하는데 대해 소비자들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 마일리지 얼마나 쌓여 있나 =항공사별로 축적된 마일리지 규모는 일종의 '영업 비밀'로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추산하고 있는 세계 항공업계의 누적 마일리지는 8조마일에 달한다. 문제는 마일리지가 쌓이는 속도보다 소진 속도가 훨씬 느리다는데 있다. "한해에 1백이 쌓인다면 소진되는 것은 30에 불과하다"는 것이 항공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따라서 마일리지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 현재 8∼10%에 달하는 무료 승객의 비중이 15%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가뜩이나 원가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항공사들로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 해외 항공사들의 동향은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경우 내년부터 대서양 노선의 좌석승급 공제마일을 4만마일에서 6만마일로 올리기로 했다. 컨티넨탈 항공도 저가 좌석의 운임에 대해 보너스 좌석승급을 금지하는 대책을 최근 내놓았다. 국내에 취항하고 있는 외국 항공사들의 공제폭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보다 크다. 서구 항공사들은 특히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3년 정도로 정해 놓고 있어 무한대 적립이 가능한 국내 항공사들과 차별화된다. ◆ 마일리지의 가치는 =마일리지 적립제도는 항공사의 약관상 조정이 가능하지만 승객들에게 재산권과 비슷한 일종의 '권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통상 1마일의 경제적 가치는 2∼3센트 정도로 추산된다. 항공사들이 제휴사인 신용카드사에 마일리지 적립계약을 맺을 때 이 정도 가격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10만마일을 쌓아둔 승객들의 경우 항공사로부터 2천∼3천달러 정도의 '현금성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처럼 사실상 현금할인 효과를 갖고 있는 마일리지 혜택을 갑자기 축소할 경우 고객들의 반발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1년 정도의 경과기간을 둔다고는 하지만 단지 모아둔 마일리지가 아깝다는 이유로 해외 여행(출장)에 나설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