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나흘째 올랐다. 그 배경이 명확치 않은 외국인의 갑작스런 대규모 베팅, 그리고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이 700선 도전을 합작하고 있다. 60일선 저항을 돌파한 시장은 한층 강화된 유동성을 바탕으로 또 다른 고지점령을 노리게 됐다. 다만 급상승보다는 700선 위쪽에 집중된 매물대를 가로지르는 과정에서 어느정도 시간을 두고 공방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수가 700선 부근에서 '진지전'을 벌일 경우 최근 주식매도로 풍부한 실탄을 보유한 개인의 행보가 관심이다. 저가 대형주나 실적이 뒷받침되는 중소형주로의 순환매 정도가 타진되는 상황이다. ◆ 매물소화 선결 = 주후반 이틀간 700선 부근에서의 공방이 진행됐다. 외국인이 이틀간 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순매수를 보였고 지수선물 콘탱고에 힘입어 프로그램 순매수도 적지 않게 유입됐다. 그러나 700선 안착은 쉽지 않았다. 700선은 심리적 저항선인 동시에 집중 매물대의 초입으로 평가되고 있다. 외국인 매수와 프로그램 매수가 좀더 이어질 가능성은 없지 않아 700선 돌파가 그리 어려운 난제만은 아니다. 그러나 700선 위쪽으로 진입할 수록 두터운 매물벽을 만나게 되어 있어 진통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대세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695~720선에 지난 4월 이후 매물의 24%가 집중되어 있어 돌파가 쉽지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음주엔 미국시장이 주후반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게 되어 외국인의 적극적 매수세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게다가 매수차익 누적잔고가 만만치 않아 추가유입의 가능성도 크지 않아 수급상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조덕현 시황팀장은 “700선 위에서는 외국인이 크게 안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 576선 이후 상승세의 고점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일선과 60일선이 위치한 670선을 디딤돌로 삼아 저점높이기 작업은 진행될 전망이나 전고점인 750선까지의 행로가 험난할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 상승기조 판단은 아직 = 최근 미국시장 상승세가 전세계 증시의 동반 강세를 이끌고 있으나 경제회복 모멘텀에 대한 확신은 아직 갖기 힘들다. 연말 특수, 내년 1~2분기 IT설비투자 확대 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항은 아니다. 기대와 달리 최근 대만 마더보더의 주간 출하량 증가율이 2주째 감소하고 미국 PC소매매출도 2주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PC교체의 주기가 길어져 과연 내년에 회복세가 나타날 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증권 류용석 선임연구원은 “외국인이 확신을 가진 것은 아니나 차차 IT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지고 대규모 '사자'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이는 지난해 연말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증시 강세 이유로 몇가지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미국의 지난 50년간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의 주가상승률이 8%로 나머지 기간에 1% 비해 높았다는 이른바 ‘계절효과’다. 또 유엔사찰에 따라 이라크 전쟁 발발 시점도 상당기간 늦춰쳐 돌발악재가 시야에서 멀어졌다는 점도 우호적이다. 주가가 경기회복 지연을 그간 충분히 반영해왔다는 점에서 다시 전저점을 깨고 내릴 상황은 아니라는 안정감도 있다. 최근 고용, 컨퍼런스보드의 경기선행지표등 일부 경제지표가 하나 둘 안정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음주에 예정된 미국의 경제지표도 시장에는 부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6일 나오는 11월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월 내구재 주문도 전달 마이너스 4.9%에서 플러스 전환할 전망이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다음주 추수감사절을 맞아 리스크 회피정도의 매도는 나올 수 있다"며 "미국 소비자신뢰지수 등 경제지표가 안정감에 기여할 전망이라 상승 횡보의 모양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