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해안선'이 오는 22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된다. 김기덕 감독의 여덟번째 작품인 '해안선'은 비주류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에 톱스타 장동건이 일반영화 출연료의 10∼20%에 불과한 5천만원을 받고 출연해 화제가 된 작품. '해안선'은 김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정치적인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한 미군과 그 주변인들의 망가진 삶을 그린 '수취인불명'의 계보를 잇는 '해안선'은 한반도에 긴장은 여전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광기와 모순의 상황을 담았다. 그의 전작들에선 흉측한 대로 멜로가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지만 이 작품에선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기둥 줄거리는 해안선 경계부대의 초병이 민간인을 간첩으로 오인 사살한 뒤 자책감으로 서서히 미쳐가는 과정이다. 해안선 경계부대는 더 이상 오지 않는 적을 기다려야 하는 모순의 접경지대다. 그곳에는 다가오면 찔리는 '철조망'과 '깨진 유리병'이 주변에 둘러처져 있다. 초소내 강 상병(장동건)은 깊은 밤 정사를 벌이던 민간인을 사살한 후 포상휴가를 다녀온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군인으로서의 본분과는 모순되는 행위였지만 초병으로서의 임무는 완수한 셈이다. 살해된 민간인은 마을의 '양아치'다. 말하자면 이 땅에는 '양아치'와 '군바리'(영화에서 서로를 이렇게 부른다)들로 가득하다는 설정이다. 이들이 나란히 폭력의 대변자들이란 점에서 한반도는 폭력의 전염병에 걸려 있음을 이 영화는 고발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는 대대장이 중대장을 때리면 중대장은 소대장을 구타하고 소대장은 사병에게 기합을 준다. 폭력만이 타인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대들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물리적 우월성이 지적(계급) 우월성을 앞지르는 군대 내부의 문제들을 들춘다. 체계적인 듯한 군대의 질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고발이다. 이 작품은 이 땅의 신병들이 수없이 되뇌었던 '군인정신은 미친정신이다'라는 자조적인 푸념을 극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군대를 이처럼 통렬하게 비판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땅에 표현의 자유가 신장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