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집권 초기 '규율' 만들기에 적극적이었다. 이 규율이 규제인지, 시장의 자율적 규율인지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대우와 현대그룹 처리방식의 차이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우그룹을 해체,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주도한 것은 정부(금융감독위원회)였다. 반면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현투증권 등 계열사별로 선별 처리됐고 최소한 겉으로는 채권단이 주도적으로 나서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대우에 대해 당시 정부는 채권 환매비율까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시장에 강요했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넣어 계열사를 처리하는 데도 직접 개입했다. 이와 달리 현대 문제는 경기 회복기에 부각되면서 당국자들이 다소간 여유를 갖고 처리할 수 있었다는 차이가 있다. 또 하이닉스는 빅딜 정책의 부산물이며, 현투증권은 이미 심각한 부실상태에 빠져 있던 한남투신을 떠안는 바람에 대형 부실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정부의 운신을 옭아매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는 시장경제 논리대로, 현대 처리는 시장과 타협한 결과'라는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두 기업의 부실 정도가 큰 차이가 났고 시장여건도 달랐던 만큼 일률적으로 잘잘못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둘 다 '시장경제'라는 경제논리로만 풀기에는 벅찬 대마(大馬)였고 변수가 많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