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17일 별세하면서 재계에는 1세대 경영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 창업세대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잇달아 일으켜 세우면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지만 이제 대부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창업세대들은 해방과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쌀가게와 자동차 수리점(현대),정미소와 설탕판매(삼성),포목점과 치약(LG),직물장사(SK)등 작은 점포에서 시작해 대그룹을 이뤘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산증인들이었던 창업세대들은 이제 대부분 별세했다. 지난 87년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작고한 것을 비롯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형 종건 회장(73년 작고)의 뒤를 이어 창업 1.5세대로 SK그룹을 이끌다 지난 98년 별세했다. LG그룹의 창업자인 구인회 회장(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선친)은 지난 69년 타계했으며 공동창업자인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도 지난 7월 별세했다. 이병철 삼성 회장은 섬유 가전 반도체 금융 분야에서 한국 최고의 기업들을 일궈냈다. 48년 무역회사를 세운 이 회장은 제일제당등을 잇따라 설립하고 69년 삼성전자를 설립,전자산업의 발전을 선도했다. 80년대 들어서는 일본 미국 기업들의 비웃음을 사면서도 반도체 산업에 투신,삼성전자를 D램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으로 키워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67년 현대자동차를 세워 자동차산업을 국내 주요 업종으로 성장하도록 키웠고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현대전자등 '중후장대'형 업체들을 일궈내며 개발연대의 주역으로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구인회 LG 명예회장은 45년 그룹의 모체인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해 비누 치약 샴푸 등의 생필품을 만들며 국내 화학공업의 기반을 닦았다. 58년 전자쪽으로 눈을 돌려 금성사를 세운 구 회장은 라디오 선풍기 세탁기 냉장고 흑백TV 등을 국내 최초로 생산했다. 73년 선경 창업자이자 형인 고 최종건 회장이 갑작스레 타계하면서 자리를 물려받은 최종현 회장은 스스로를 '1.5세대 창업주'라고 불렀다. 80년 대한석유공사 민영화 과정에서 쟁쟁한 재벌을 제치고 인수에 성공한 이후 84년에는 한국이동통신마저 인수,석유화학과 정보통신이라는 그룹의 양대축을 만들며 재계 3위로 뛰어올랐다. 재계 1세대 가운데 아직 경영 전면에 있는 총수로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우선 꼽힌다. 42년 무일푼으로 일본에 간 신 회장은 46년 히카리 특수화학 연구소를 인수해 제조한 '껌'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룹의 토대를 닦았다. 87년 국내에도 롯데를 세운 신 회장은 롯데칠성음료 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월드 등을 잇따라 설립,식품·유통분야의 국내 최고기업을 만들어냈다. 이들 창업세대들은 국내외 경영학자로부터 '한국 근대사에 남을 불세출의 경제 영웅(고 정주영 회장)' '한국이 낳은 기업의 명장(고 이병철 회장)' '미래를 꿰뚫은 학구형 기업인'(고 최종현 회장)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