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자금운용난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예금이 늘어도 운용할 데가 없는 은행들로선 금리를 낮춰 조달코스트를 낮추고 예금유입 속도도 늦추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예금금리 하락은 가계의 저축의욕을 더욱 떨어뜨리는 등 국가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 은행들, 자금운용 숨막힌다 =은행 수신은 지난달에만 7조7천2백91억원이나 늘어났다. 올 상반기중 증가액인 6조7천7백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이달들어 지난 13일까지도 4조2천5백75억원이 증가했다. 반면 총대출의 40∼50%를 차지하는 가계대출이 정부의 억제책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은행대출은 20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 국내 예금은행의 대출잔액은 총 4백54조3천1백68억원으로 10월말보다 1천85억원 감소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뿐 아니라 중소기업 대출도 포화상태여서 대출처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금리조정 단행 =자금운용에 애를 먹는 은행들로서는 조달 코스트라도 낮춰야 손실을 면할 수 있다. 때문에 은행들은 너나 없이 예금금리 인하를 검토하며 시기만 저울질 해왔다. 이런 상황에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이 예금금리 인하를 단행해 다른 은행들의 금리인하도 시간문제라는게 금융계 시각이다.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줄줄이 올라갈 전망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으로 충당금 부담이 늘어난 은행들이 고정 금리를 인상하거나 고객신용도에 따라 적용하는 차등금리(가산금리)를 조정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50%에서 60∼70%로 상향조정됨에 따라 BIS 비율이 0.17∼0.34%포인트 하락하게 됐다"며 "이를 보전하려면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 우려되는 부작용 =예금금리 인하와 대출금리 인상으로 가계는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됐다. 은행에서 3년만기로 1억원을 대출받는 경우 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연 1백만원,월 8만3천원의 이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기존에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사람들 역시 만기가 돌아와 연장할 때 이자부담이 늘어난다. 또 예금금리가 지금보다 0.1% 내리면 물가상승률과 세금을 감안한 정기예금의 실질수익률은 1%에 가까워진다. 일례로 국민은행이 18일부터 적용하는 정기예금금리 4.75%에서 세금(16.5%, 주민세 포함)을 떼고 나면 수익률은 4.04%가 된다. 여기서 다시 물가상승률(10월말 현재 전년동기대비 2.8%)을 감안하면 실질수익률은 1.24%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예금의 수익률이 낮아지면 최근 문제로 지적돼온 저축률 하락 현상이 더 심화될 우려도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