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잔잔한 미소', '미스터리 소설속의 부주인공'. 바로 이런 것들이 국제 사회에 알려진 후진타오(胡錦濤.59) 총서기에 대한 지금까지의 주요한 인상들이다. 2인자 자리에서 너무 조심스럽게 처신해 온 후진타오가 권력의 정상에 올랐으나그의 등극이 새로운 정치를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후 총서기가 중국 사회에 산적한 비공개와 불투명 그리고 정치,경제 등 각 분야의 난제들을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이제 막 시험장에 들어온 수험생이나 마찬가지이다. 비공개와 불투명은 중국의 오랜 관행이다. 공산당은 이번에 당이 선진문화 등 3개를 대표해야 한다는 이른바 '3개 대표' 사상을 당헌에 넣었으나 권력 승계 과정과 당의 운영에서 선진적인 공개성과 투명성을 찿기가 어렵다. 왜 특정 인사가 물러가거나 부상하는지 당 고위 간부들조차도 모르며 특정 인맥이 자리를 독식해도 이견조차 나오지 않는다. 정치는 겉으로는 안정돼 있으나 상당수 인민들은 정치를 불신하고 냉소적으로보고 있다. 16대 개막전 상당 기간 중국 관영 언론들이 연일 16대를 톱기사로 다루었으나 상당수 인민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 자유, 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들이 무시되는 가운데 그 대신 탄압과 감시는 날로 강화되고 있다. 외국 기자들을 대상으로도 탄압과 감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들 사이에 소외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부폐도 후진타오 정권이 직면한 중요한 문제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공산당은 부패한 청나라의 유교 관료주의와 전제,봉건 정치를 타파하고 집권했으나 아직 부패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중국의 부패는 정치, 경제, 사회의 후진 체제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사회전반에걸친 개혁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들은 경제가 나아졌기는 하지만 서방처럼 비싸진 의료비, 폭발적으로오른 주택비, 끊임 없이 계속되는 국유기업 개혁에 따른 실업의 위협에 생존을 위협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와 정치에 대한 반발심이 더해지고 있다. 동남부 연안과 내륙 지방의 소득 격차는 장쩌민(江澤民.76) 시대 이후 매년 벌어졌으며 농민과 노동자들의 불만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산발적인 시위 사태들이 1년 내내 발생해 철도나 도로가점거당하거나 정부 청사가 포위되기도 하지만 묵살되는 경우가 많다. 다소 과장한것이기는 하지만 베이징에서 "중국 신문은 신문 이름과 날짜를 빼고 모두 틀린다"는소리를 하면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정치개혁은 논의되지도 않고 있으며 서방에서 중국 정치를 보는 눈은 아직 차갑고 회의적이다. 후진타오의 부상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후 집권한 대부분 70대인 지도자들이 은퇴하고 새 시대가 열리는 것을 의미하지만 새로운 정치의 도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후진타오는 화려한 등장후 잠시 또는 한동안 인기를 누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장쩌민 전 총서기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거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가 나올가능성도 있다. 후 총서기는 겸허한 자세로 국내외의 비판적 여론을 적극 수렴하여 중국과 자신의 이미지를 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상민 특파원 smle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