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16大)를 통해 출범한 후진타오(胡錦濤) 신체제는 당분간 장쩌민(江澤民)체제가 견지했던 외교노선의 큰 틀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15일 제16기 제1차 전체회의(16기 1중전회)를 통해 당 총서기로 선출된 후진타오를 비롯, 차세대 주역들이 대부분 외교경륜이 부족한 인물들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과거 `사회주의 조국' 소련에서 공부한 2, 3세대 인물들은 물론 20여년 전부터본격화된 개혁.개방 이후 서구교육을 받은 신세대 사이에 낀 `중간지대'를 거친 4세대 지도자들은 거의 외부세계에서 생활해 본 적이 없다. 중국의 미래를 책임진 후진타오 총서기는 이공대로 유명한 베이징(北京) 칭화(淸華)대 출신으로 대부분의 관직생활을 티베트와 간수(甘肅)성에서 보냈다. 또 내년3월 주룽지(朱鎔基) 총리 후임으로 유력시되는 원자바오(溫家寶)의 경우에도 재정및농촌, 빈곤구체 등 국내현안에 매달려와 경제통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마디로 4세대 지도부의 경우 현재 중국의 외교총수로 여겨지는 첸치첸(錢基琛)국무원 부총리에 필적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 이에 따라 후진타오 총서기가 권력을 승계했지만 외교문제는 당분간 장쩌민주석이나 다른 원로들의 조언을 구하는 `섭정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만큼 현재의 중국 외교노선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신체제의 한반도 정책도같은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교 10주년을 넘어선 한중관계는 양국 외교관들이 "스스로 생각해도 놀랍다"고말할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1998년 중국방문과 장쩌민 주석의 방한 등 양국 정상간만남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으며 외무장관 회담이 40여차례 진행됐고, 심지어 한때 적국이었던 양국의 국방장관이 만나 군사분야 협력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홍콩을 포함한 중국은 대외수출면에서 20.3%를 차지, 미국(20.2%)을 제치고 올들어 최대 수출국이 됐다. 한국과 중국은 이제전면적인 협력파트너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양국의 정치.외교적 관계는 경제분야에 비해서는 발전속도가 매우 느린것이 사실이다. 중국으로서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인 전통의 혈맹, 북한을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외교전략면에서 볼 때 중국은 한반도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등거리 정책을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이 모두 중국의 이익에 부합되도록 적절히 대처하면서 남북한 모두를 배려하는 정책이다. 자국의 이익을최고가치로 삼은 것이 외교라는 속성을 감안하면 이러한 현실적 노선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다. 후진타오 총서기 등 4세대 지도자들에게 `북한=혈맹'이라는 정서적인 유대감은묽어졌을 지 모르지만 `북한카드'를 의식한 중국의 등거리 외교노선을 감안할 때 한반도에서 조정자로서의 중국의 역할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장쩌민 주석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서 "약속을 지키지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면서 남한의 답방을 권유한 것이나, 올 초 미국의 `악의 축' 발언이후 한반도 긴장국면 조성시 북한에 `대화의 필요성'을 설득한 것과 마찬가지로 차세대 지도자들도 북한을 통해 한반도 조정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할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북한의 지나친 폐쇄와 고립을 견제하고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는 한편 다른 방면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반대축으로서 북한의 존재를 활용하는 전략을 앞으로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핵문제가 다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지역의 위험요소로 부각된최근에도 중국의 조정자 역할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대북 중유지원 문제와 관련, 중국은 1994년 제네바 핵합의의 준수를 강조하면서 예정대로 북한에 중유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입장은 자국의 경제성장과 현대화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긴요하다는 필요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국도 중국의 등거리 외교전략을 이해하면서 양국관계의 질적 발전을 위한 실리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등거리 전략 속에서 이른바 탈북자 문제의 처리과정 등 인도적현안과 조선족 정책, 대만문제 등에 있어서는 앞으로도 한중 양국간 미묘한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또 신의주 특구 문제등에서 보듯 북한의 개혁.개방이 중국의 이해와 엇갈릴 때는 북한에 대해서도 적절한 견제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대 중국학과 전인갑 교수는 "신체제의 적응기간이 상당기간 계속되는 중국정치의 특성을 감안할 때 후진타오 시대가 개막됐다 하더라도 앞으로 몇 년간은 장쩌민 체제의 이데올로기와 정책이 답습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실리를 바탕으로 한 등거리 전략이 현재는 물론 향후 중국외교의 기본노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