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국민은 유엔 사찰을 받아들여 이 지긋지긋한 악몽을 끝내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의 정종래(40)관장은 14일 아침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회견에서 유엔결의 수용 이후 바그다드 시민들의 표정을 전했다. 정 관장은 이라크 의회가 유엔안보리 결의를 거부했을때만 해도 바그다드 시민들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지만, 지금은 한결 가벼워 보인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대량살상무기 의혹시설을 모두 보여줘 이라크가 금지 무기를 갖고있지 않다는 확신을 국제사회에 심어준뒤 유엔제재 해제를 이끌어내야 한다는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바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관장은 그러나 지난 9월 15일 대통령 선출 국민투표에서 후세인 대통령의 연임이 확정됐을 때 처럼 바그다드 시내가 축제 분위기는 아니며 시민들은 차분한 표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라크 국영 TV는 이른 아침부터 정계, 학계 인사들과의 대담과 길거리 시민 인터뷰를 통해 유엔 사찰이 전쟁위기를 해소하고 유엔의 경제제재 해제로 이어지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전달했다. 평소 언론에 잘 나타나지 않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밝게 웃는 모습이 수시로TV에 비쳤고, 인터뷰에 응하는 시민들의 표정도 매우 밝았다. 한 대학생은 국영 TV 회견에서 이라크 정부의 유엔결의 수용과 사찰 수락으로 미국이 더이상 이라크를 위협할 구실이 제거됐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이라크 지도부의 `현명한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미국이 새로운 구실을 내걸어 이라크에 대해 군사위협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일부 시민들은 유엔 제재가 하루빨리 풀려 생필품 구입이 자유로워지고 지금의경제적 고통에서 해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라크 TV와 라디오를 비롯한 언론 매체들은 전날까지도 의회의 유엔결의 거부결정에 관해 전혀 보도하지 않았지만, 13일 밤 부턴 후세인 대통령의 혁명지휘위원회 회의 주재 과정을 수시로 내보냈다. 이라크 위성 TV 여자 아나운서는 고대 신바빌로니아 왕국의 수도인 바빌론의 궁전을 배경화면으로 영웅적 서사시를 낭독하기도했다. 이집트 국영 TV와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 등 영향력있는 역내 언론들도 13일밤부터 이라크 정부의 결정을 시시각각 전하고, 바그다드 시민 표정과 인접 아랍국들의 환영 분위기를 소개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