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는 마담들의 과시욕을 충족시켜주는 사치품,동물보호협회의 비난을 받는 천덕꾸러기,비싸면서도 결코 멋져 보이진 않는 아이템. 모피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동안 이런 인식 속에서 멋쟁이와는 동떨어져 있던 모피가 올 겨울엔 패션계를 이끄는 핫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달 들어 한겨울 의상으로 황급히 갈아입은 의류매장 진열대는 모피 일색이다. 오브제,타임,미샤,X in X 등 여성복 브랜드의 쇼윈도는 모피 아이템으로 장식돼 있다. 고가 브랜드도 마찬가지. 펜디는 모피 일색이고 루이비통과 프라다,구치 등도 모피를 전면에 내세웠다. 올 겨울 모피는 지난해와는 모습이 다르다. 먼저 쓰임새가 다양해졌다. 흔히 보았던 롱코트와 반코트는 물론 머플러 원피스 숄 바지 재킷 조끼 등 다양한 옷에 모피가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모피 핸드폰 줄과 코사지도 있다. 재단법도 자유롭다. 모피를 니트처럼 자유롭게 패치워크하고 여러가지 다른 실과 섞어 스웨터처럼 짰다. 재킷의 여밈선이나 니트 몸 판에 모피를 두르고 롱코트의 주머니와 소매 부분에 모피를 붙이기도 했다. 캐주얼 브랜드에서는 겉감이 코듀로이 소재이면서 안감은 토끼털로 된 블루종이나 점퍼 스타일이 인기다. 옷으로 만들어지는 모피의 종류도 대거 늘어났다. 이전에는 밍크나 토끼털 정도였으나 이제는 라쿤(너구리털) 링스 세이블(단비) 물개털 코요테 등이 소재로 쓰이고 있다. 가격대는 일반 여성복 브랜드를 기준으로 밍크 반코트는 2백만~3백만원대,토끼털은 50만~80만원대,여우털은 1백만~1백50만원 정도다. 겉모양은 토끼털과 비슷하지만 좀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머스카렛(1백만~2백만원)도 새로운 모피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색상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화려하고 밝은 컬러가 인기였으나 올해는 "내추럴"로 돌아갔다. 갈색 반색 검정색이 주류를 이루고 연한 하늘색과 연한 핑크색 정도가 그나마 눈에 띈다. 설현정 객원기자 hjsol1024@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