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안보리 결의 수용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이라크 의회 외교위원회는 11일 이라크 지도부에 유엔안보리 결의 1441호를 거부하도록 권고했다. 살림 알-쿠바이시 외교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위원회는 지도부가 불공정한 유엔안보리 결의 1441호를 거부하고, 의회를 신뢰하는 우리 국민의 여론에 부응해 이에 동의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부가 이라크 국민을 방어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권고했다. 알-쿠바이시 위원장은 이와 함께 "의회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내린 모든 결정들과 앞으로 내릴 결정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랍 분석가들은 알-쿠바이시 위원장의 발언이 이라크 정부의 자동적인 유엔결의 거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사둔 하마디 의회 의장은 국영 TV로 생중계된 개막 연설에서 유엔안보리 결의가 이라크에 관한 `악의'와 `허위, `거짓'과 불성실'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고 비난했다. 하마디 의장은 또 유엔결의가 "최소한의 공정성과 객관성 및 균형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국제법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결의가 담고있는 사악한 의도는 지난 수년간 이룩한 모든 업적들을 무시하고 있는데서 명백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유엔안보리 결의 1441호의 수용 여부를 검토할 특별 의회를 긴급 소집하도록 10일 지시했다. 이에 따라 250인으로 구성된 명목상의 입법기구는 유엔결의 내용의 검토작업에 들어갔으며 12일중 수용 여부에 관한 표결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이라크 국영 TV는 의회가 결의 수용 여부에 관한 입장을 정리, 최고정책결정기구인 혁명지휘위원회(RCC)에 제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후세인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있는 RCC는 의회 권고를 감안해 수일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예상했다. 앞서 관영 INA 통신은 이라크 지도부가 유엔 결의를 "조용히 검토중"이라며 "수일 내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라크 정부는 유엔 결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은 이라크가 이미 결의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라크 주요 신문들은 지도부의 유엔결의 수용 가능성에 관한 새로운 단서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후세인 정부가 유엔안보리에 줄곧 협력해왔으며, 유엔결의에 따른 의무들을 준수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관영 일간지 알-줌후리야는 11일자 1면 사설에서 아랍 정부와 국민들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계획을 단호히 반대해 줄 것을 촉구하고, 아랍 각국이 미국과 영국에 맞서 석유를 무기화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외교 소식통들은 이라크가 유엔결의 1441호가 담고있는 가혹한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유엔안보리 설정 시한인 15일안에 수용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낙관했다. 소식통들은 이라크가 지난 9월 16일 유엔무기사찰단 재입국을 허용한다고 발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지 사브리 외무장관이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에게 보내는 서한 형식으로 수용 의사를 발표할 것으로 기대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