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공정공시 '두통'..정보공개기준 모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달부터 공정공시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공시기준이나 대상이 모호해 기업들이 상당한 혼란과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보의 공정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과도할 정도로 정보유출을 차단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건전한 투자판단의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공정공시제도를 계기로 홍보기능이나 조직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기업 공시부담 크게 늘어=주요 기업들은 공정공시에 대한 자체 기준을 만들어 제도에 적응하고는 있으나 공정공시에 대한 세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홍보자료를 내기 전에 수시로 증권거래소에 문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사항까지 공시를 하는 사례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통상적인 기업설명회(IR)도 거의 중단한 상태다.
대우조선의 경우 지난 7일 산자부의 조정명령 처분과 관련해 이를 공시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고민하다 변호사의 자문을 받은뒤 공시했다.
LG전자는 보도자료의 경우 공시담당 부서의 유권해석을 받아 자료배포 10분전에 공시를 한다는 방침이나 '주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이라는 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무조건 함구령=공정공시제도는 기업들의 연말 인사철과 맞물려 주요 사업담당 임원들의 입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임원들에게 '앞으로 취재를 위한 전화가 와도 응하지 말고 일상적인 안부만 전하라'고 엄명을 내려놓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만일 경영에 관한 주요 내용이 외부로 새어나가 회사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해당 임원을 징계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도 일찌감치 임직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려 놓았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공정공시제 시행을 맞아 내부 정보통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경우에 따라 임직원들의 전화 통화나 e메일 내용까지 감시하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최근 관리총괄 사장으로부터 공정공시제도 때문에 유선과 휴대폰 통화기록을 감시하겠다는 요지의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B사의 마케팅 담당 직원도 "감시대상자들은 통화 내용이 녹음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홍보·IR조직 확대 재편=삼성전자는 홍보팀내에 홍보기획을 담당하는 소그룹을 신설하고 시스템을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생활가전 등 4대 총괄별 전담자를 늘리는 등 현재 10명 수준인 국내외 언론 담당 직원을 4명 정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앞서 SK그룹도 올해초 공정공시제도시행에 대비하고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CR(기업관계관리,Corporate Relation)부문을 신설했다.
현대자동차도 연말께 홍보조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성택·조일훈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