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유엔의 이라크 결의안에 대해 이라크가 유엔 결의를 조건없이 즉각 수용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초미의 관심사인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해서는 당장의 언급을 삼가고 있는 모습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8일 기자들에게 "우선 이라크가 유엔 결의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으나, 이라크가 유엔 결의를 위반했을 경우의무력행사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 표명을 회피했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인 입장과는 달리, 이번 유엔 결의안 통과로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강행을 상정한 일본의 대응책 마련도 그만큼 발걸음이 빨라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미국의 지원 요청이 당장 가시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부시정권은 일본을 방문중인 더글러스 파이스 미 국방 차관을 통해 이라크 공격시의 일본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 내기 위한 정지 작업에 본격 착수한 느낌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단지 시기가 문제일 뿐 부시 정권의 이라크 공격 단행을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와 여당은 미국이 실제 이라크 공격을 강행했을 경우 일본이 어느 수준의 지원과 협력을 제공해야 할지 등을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 왔다. 그 결과 현재로서는 미군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협력 대신 간접 지원을 통해 동맹국 미국에 `성의'를 표하는 쪽으로 일단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미군과 영국군이 이라크 공격에 `전념'할 수 있도록 현재 아프가니스탄 주변에서 활동중인 자위대의 테러 척결 후방 지원을 확대하고 이라크 주변국에 원조를 제공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은 오는 19일로 기한이 끝나는 자위대의 인도양 파견을 6개월 연장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또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해상 자위대의 이지스함, P3C 초계기 파견 등도 조심스럽게 검토중이다. 이지스함 파견에 대해서는 방위청 등이 인도양 파견 자위대원의 안전 확보 등을내세워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연립 여당 파트너인 공명당 등이 헌법 해석상 금지돼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해당된다며 이지스함 파견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정부와 여당간조정 작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은 미군 등의 아프간 테러 작전 지원을 위해 지난 해 10월 `테러대책 특별조치법'을 서둘러 제정, 해상 자위대 함대(호위함 3척, 보급함 2척)를 인도양으로파견했었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특파원 y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