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동아시아의 주요 교역 상대국들간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국은 최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아세안과의 FTA 협상 개시를 공식 발표했다. 일본도 이 회의에서 아세안과의 FTA 협상에 착수한다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하는 등 동남아 시장을 놓고 중국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세안을 겨냥한 중.일 양국의 발빠른 FTA 체결 움직임에 비해 한국의 행보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탓에 동아시아 시장에서 'FTA 외톨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한국은 지난달 24일 칠레와의 협상을 겨우 타결지은데 이어 싱가포르를 두번째 FTA 체결 대상국으로 선정, 협상 개시를 위한 협의에 들어갈 참이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실장은 "인근 국가들간에 적극화되고 있는 FTA 합종연횡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주변국들은 FTA 급물살 =그동안 FTA에 소극적이었던 일본은 지난 1월 싱가포르와의 첫번째 협정 체결을 계기로 동아시아 및 중남미 국가와의 협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멕시코와 오는 18일 협상 체결을 위한 정부간 협상에 들어간다. 최근 아세안과도 FTA 체결 협상을 추진키로 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 조만간 실무 협의에 착수키로 했다. 칠레 호주 등과도 공식 협상 착수를 위한 실무 논의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아세안을 FTA 체결의 첫번째 과녁으로 삼았다. 산업구조가 비슷하고 화교자본이 경제권을 쥐고 있는 동남아 지역을 끌어안아 거대한 '중화 경제블록'을 구축하려는 노림수다. 중국은 오는 2004년 6월까지 아세안과 관세협정을 맺은 뒤 2010∼2013년 사이에 중.아세안 자유무역지대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 지지부진한 한국 =정부는 칠레와의 협상 과정에서 농산물 등 산업피해가 우려되는 민감 품목이 가장 큰 걸림돌로 드러난 만큼 민감 품목 유무와 상대국 선호도를 기준으로 FTA 체결 대상국을 선정한다는 구상이다. 농업부문이 없다시피한 싱가포르를 두번째 FTA 파트너로 낙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식이다보니 정작 핵심 교역국과의 FTA 체결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아세안과의 FTA 체결을 장기 검토과제로 미뤄 당분간 협상 착수를 위한 실무 협의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과의 FTA도 당분간은 '기대난'이라는 지적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중 FTA가 이뤄질 경우 값싼 농산물과 경공업 제품의 대량 유입으로 국내 산업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우선 학술적인 연구작업과 함께 피해 산업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한 뒤에나 FTA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